경기도 고양 금륜사 주지를 맡고 있는 본각(67) 스님이 최근 임기 4년의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에 취임했다. 일본 유학파에 중앙승가대 교수를 역임하며 26년간 강단에 선 그는 “출가한 것은 수행하기 위해서였다”면서 “교수도 비구니회장직도 마찬가지다. 수행자로서 회장 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국비구니회 새 회장 본각 스님 #일본 유학 후 승가대 교수 역임
- 비구니 출가자 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 “인구가 줄어든 데다 여성의 사회진출 비율도 높아졌고, 사회활동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여성이 출가하면 아무래도 자유를 구속받는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종단에서 비구니가 지금보다 더 평등해져야 한다.”
- 여성 출가자 감소에 대한 대책은.
- “로마 교황청에 갔더니 흑인 수녀님도 계시더라. 동남아 불교에는 여성 출가자가 거의 없다. 스리랑카에서 온 한 비구니 스님은 한국 불교에서 출가했다. 비구니회관에 2년 과정으로 국제 사미니(불교 교단에 처음 입문한 여자 승려) 교육과정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계종의 출가자 수는 약 1만3000명이다. 그중 6000여 명이 여성 출가자다. 반면 종회의원(국회의원에 해당) 81명 중에 비구니 스님은 10명에 불과하다. 총무원장이나 교구본사 주지가 배출된 적도 없다. 종단에서도 비구니 스님을 정책적으로 배려한다지만, 사회적 변화 속도에 비하면 더디기 그지없다.
- 종단 내에는 아직 남녀 불평등이 있다.
- “불교의 역사적 과정을 짚어보면 비구니와 비구 간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이나 활동 측면에서는 평등한 편이다. 주위에 있는 불교 복지시설에선 거의 비구니 스님이 활동하고 있고 교육이나 수행 수준도 높다. 그리고 비구니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려고 한다.”
- 예를 든다면.
- “전국의 비구니가 환경 운동을 적극 이끄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서비스와 노후 주거 등에서 소외됐던 비구니 스님들의 고충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 제가 회장에 출마하니까 주위에서 몇몇 분이 ‘본각 스님, 왜 정치판에 뛰어드십니까?’라고 하더라. 비구니 회장직을 정치로 하고 싶지는 않다. 수행으로 해 보이겠다.”
본각 스님의 형제·자매는 그를 포함해2남 4녀인 6남매 모두가 출가했다. 큰오빠가 성철 스님의 맏상좌가 된 천제 스님이고, 큰언니가 혜근 스님이다. 이후 어머니는 4남매를 모두 데리고 절로 들어갔다. 본각 스님이 세 살 때였다.
- 세 살 때 인천 제물포 부용암에 있었다고.
- “당시는 한국전쟁 직후였고 부용암의 육년 스님은 전쟁고아 30~40명을 거두어서 키웠다. 사연은 달랐지만, 나도 그들과 함께 자랐다.” 17세에 그는 성철 스님의 허락을 얻어 현대식 교육을 받았다. 동국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뒤 일본 도쿄의 릿쇼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고마자와 대학원에서 ‘화엄사상’으로 불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