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 “베트남에 삼성 반도체 공장 세우면 파격 혜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8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했다. [연합뉴스]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베트남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요청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다.

면담 요청 응한 이재용 부회장 #“하노이센터 현지인 3000명 채용” #응우옌, 정의선 부회장도 만나

응우옌 총리는 이 부회장, 정의선(49)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2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나 별도 면담을 했다. 베트남 총리실에서 먼저 삼성과 현대차에 개별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응우옌 총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4일 방한했다.

베트남 통신사 틴툭에 따르면 응우옌 총리는 “삼성이 베트남에 신기술이 다수 적용되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경우, 세제를 비롯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에는 인텔의 조립 공장, 일본 르네사스의 디자인 하우스 등 반도체 관련 생산 시설이 다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응우옌 총리에게 “2022년 하노이에 개관하는 삼성 R&D 센터에 현지인 출신 엔지니어를 3000명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 간 면담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이 배석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스마트폰·TV·생활가전 공장을 각각 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 공장의 스마트폰 연간 생산량은 1억6000만대 규모로 삼성의 연간 휴대전화 생산량(약 3억대)의 절반을 넘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에도 하노이에서 응우옌 총리를 접견해 삼성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도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도 응우옌 총리와 별도로 만났다. 현대차에선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동석했다. 회동 직후 정 수석부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면담) 분위기가 좋았다”고 답했다.

베트남에서 현대차는 현재 승용차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관세 장벽을 넘기 위해 부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하는 공정을 베트남에 도입했다. 2년 전 현지 기업 ‘탄콩’과 함께 베트남 생산합작법인(HTMV)을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현대차는 활발히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틀 전인 26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울산 공장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연 25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월에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에 투자했다.

김영민·김효성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