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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NLL 넘어온 북한 상선…軍은 6시간 뒤에야 정체 알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상선이 지난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17시간 넘게 한국 측 수역에 머물다 빠져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은 5시간 50분 동안 북한 선박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통신 무응답에 결국 접근해서 육안 식별 #경고 사격하자 그제서야 "기관고장" 응답

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6시 40분쯤 500t급의 북한 상선이 백령도 서북쪽 NLL을 통과한 뒤 남하했다. 앞서 이 상선은 같은 날 오전 5시 50분부터 군 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NLL 이북 해상에서 중국 어선 무리 속에 섞여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남쪽을 향해 내려왔다.

서해 NLL 남쪽 넘어온 북한 상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해 NLL 남쪽 넘어온 북한 상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군 당국은 이에 10차례 이상 통신으로 북한 상선을 불러 선적(船籍)과 선명, 목적지를 물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북한 상선에는 국적기가 걸려 있지 않았고, 선명도 보이지 않았다. 해군 호위함이 가까이 붙어 조타실 유리창 위쪽에 붙은 국제해사기구(IMO) 선박식별 번호판을 확인한 결과 북한 상선으로 판명됐다. NLL 월선 5시간 50분만인 낮 12시 30분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 선적의 배는 공해에서라도 NLL을 넘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해군 호위함은 ‘NLL에서 나가라’는 경고 통신에도 북한 상선이 응답하지 않자, 이 배를 향해 함포로 10발 이상 경고 사격을 했다. 그제야 북한 상선은 “기관 고장과 기상 악화로 해주로 돌아가려던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해군의 감시 아래 오후 11시 30분쯤 NLL에서 벗어났다.

군 관계자는 “기관 고장 때문에 일어난 우발적 NLL 남하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군 당국이 북한 상선의 기관 고장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북한 상선에 올라가서 하는 승선 검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상선은 경고 사격 이후 우리의 지시에 순순히 응했다”며 “당시 해상 날씨는 파고 2.5m로 고속정이 출동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북한 상선의 목적지가 해주라면 황해도 해안을 따라가야 했다”며 “대신 서해 5도를 멀리 돌아가는 항로를 택했던 것 같다. 배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굳이 NLL을 두 번 넘나들려는 의도가 수상쩍다”고 말했다. 북한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 상선을 보내 한국의 반응을 떠보려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군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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