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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형량 최소 1년 늘듯, 대법 "특활비 상납 국고손실 뇌물"

중앙일보

입력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5개월째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16일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5개월째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16일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과 추징금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법, 국정원 특활비 판결 대부분 파기환송 #박 전 대통령 특활비 35억 상납 모두 유죄 #33억원은 국고손실 공범, 2억원은 뇌물 인정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재임기간 국정원으로부터 총 35억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받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은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2억)와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적용(33억원)이 모두 가능하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추징액이 추가된 것이다.

앞선 원심은 특활비 상납 관행 일부를 인정하고 "특활비에 대가성도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또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며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을 국고손실죄의 공범으로 기소한 총 35억원 중 이헌수 전 기조실장(회계관계 직원)이 관여한 27억원만 국고손실죄를 적용해 27억원을 추징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상납한 6억원은 횡령죄로, 이병호 전 원장이 2016년 9월 상납한 2억원은 범죄증명이 없어 무죄라 봤다.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 직원과 공모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다. 특가법상 범죄로 횡령죄보다 형량이 높다.

전망은  

이날 대법원이 원심의 판단을 뒤집으며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최소 1년, 추징액도 최소 6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심과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고손실액을 33억원으로 산정했던 1심의 형량과 추징액이 징역 6년의 33억원이었다. 여기에 뇌물죄가 더해진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활비 상납과 같은 부정한 관행은 더이상 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 말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사진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사진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같은날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들에 대한 원심은 특활비 집행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원심과 유사한 판단을 내렸다.

전직 국정원장이 상납한 특활비 중 일부 액수에는 횡령죄만 적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활비 집행에 한해선 국정원장의 승인이 필요해 이들을 해당 예산의 회계관계직원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들에게 적용된 국고손실죄 적용 액수가 3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상납된 특활비 35억 중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2억원은 뇌물로 인정했다.

뇌물액 2억만 왜  

대법원은 국정농단 의혹이 터져나온 2016년 8월,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 중단을 지시했음에도 이 전 원장이 상납한 2억원은 이 원장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결정"이라 판단했다. 매달 정기적·수동적으로 국정원장이 상납한 특활비 33억원과는 다른 성격의 돈이라 본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구속 기간 만료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구속 기간 만료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전 원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어렵다'는 말을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에게 보고받고 2억원을 전달한 것이라 주장하며 "대가성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이 전 원장의 변호인인 엄상익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뇌물의 고의성이 없었으며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이라 판단한 것은 적폐를 명분으로 한 잘못된 판단"이라 반박했다.

전직 국정원장들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이 원심이 파기환송되며 형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원심에서 각각 2년(남재준), 2년 6개월(이병기·이병호)를 선고받았다.

판결의 의미는 

이날 대법원의 판단의 핵심은 관행적으로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상납해왔던 특활비가 명백한 국고손실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2억원의 뇌물만 인정된 이유로 나머지 33억원의 경우 "전직 국정원장과 공모해 국고를 손실한 공범이기 때문"이라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해 5월 4일 1년6개월 형기를 채우고 4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해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해 5월 4일 1년6개월 형기를 채우고 4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해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나머지 2억원은 박 전 대통령이 상납 중단을 지시한 뒤에 받았기에 이 전 원장과 국고손실을 공모한 것이 아니라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 봤다. 결과적 대법원은 특활비 35억원을 모두 부정한 돈으로 본 셈이 됐다.

대법원은 또한 전직 대통령 및 국정원장과 함께 특활비 상납 관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에 대한 판단도 이날 내렸다.

다만 세 사람의 원심은 박 전 대통령과 전직 국정원장들의 원심과 달리 특활비의 뇌물과 국고손실죄 성격을 모두 인정해 그대로 상고기각됐다. 이에따라 원심에서 2년 6개월(안봉근), 집행유예 3년(정호성), 1년 6개월(이재만)을 받은 세 사람의 형은 이날 확정됐다.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및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강남성모병원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및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강남성모병원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사면 가능성은 

대법원은 지난 8월 국정농단 판결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분리 선고하라"고 파기환송한 데 이어 이날 특활비 상납까지 모두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의 두 결정 모두 박 전 대통령의 형량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두 파기환송심에 더해 아직 문체부 블랙리스트 등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에 대한 대법원 판단도 남아있다. 박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 전 모든 죄에 대한 확정 판결을 받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모든 죄명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진 문재인 대통령은 법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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