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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 없이 11억 아파트 산 18세···서울 8% '수상'한 주택거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내 상가에 위치한 한 부동산의 시세표가 붙은 유리창에 비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내 상가에 위치한 한 부동산의 시세표가 붙은 유리창에 비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미성년자인 A(18)는 최근 11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샀다. 임대보증금 5억원을 제외하고 6억원 상당을 부모와 네 명의 친척들에게서 각 1억원씩 받았다. 6억원을 한 번에 증여받았을 경우 과세표준에 따라 증여세 30%를 내야 하지만, 1억원씩 받을 경우 10%만 내면 된다. 하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국토부 등 합동조사팀 조사 결과 #8~9월 거래 중 8%가 이상거래 #편법ㆍ불법 증여 의심, 국세청 통보

#40대 부부도 비슷한 시기에 2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자기 돈 한 푼도 없이 샀다. 임대보증금 11억원을 포함해 나머지는 양가 부모에게 받았다. 아내의 부모에게 받은 5억5000만원은 증여세를 냈지만, 남편의 부모에게 받은 5억5000만원은 무이자로 빌렸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ㆍ금융위원회ㆍ서울시ㆍ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합동조사팀이 지난달 11일부터 실시한 부동산 실거래 조사 결과 나온 편법ㆍ불법 증여 의심 사례다.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를 살핀 결과다. 총 2만8140건의 거래 중 약 8%(2228건)가 이상 거래 사례로 집계됐다. 이 중 매매계약이 끝나 조사 가능한 1536건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구 단위로 봤을 때 강남구(178건)ㆍ송파구(162건)ㆍ서초구(132건) 등 강남 3구에서 이상 거래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성동구(86건)ㆍ노원구(83건)ㆍ용산구(79건)ㆍ강동구(78건)ㆍ동작구(70건) 순이었다.

가족한테 뭉칫돈을 무이자로 빌리거나, 미성년자가 편법증여로 아파트를 사는 식의 의심 사례가 많았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매매 계약이 완료됐으면서 매매계약서·자금계획서·금융거래확인서 등 소명자료와 의견을 제출한 991건을 검토한 결과, 탈세 의심 사례 532건을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출규정을 제대로 안 지킨 사례도 23건 적발했다. 금융위ㆍ행안부ㆍ금감원이 해당 금융회사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부모의 다른 주택을 담보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6억원을 빌려 아파트를 사거나, 금융회사에 ‘개인사업자 주택매매업대출’ 24억원을 받아 전부 주택구매자금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는  8~9월 우선 조사대상 1536건 중 소명자료ㆍ추가소명자료 제출을 내지 않은 545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10월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1만6711건 중 1247건(7.5%)을 이상 거래로 집계해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초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문기 실장은 “소명자료 요청에도 계속 내지 않을 경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 등 관계 행정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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