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8일째 인 27일 오후 11시 쯤 의식을 잃어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식을 회복한 28일 황 대표는 단식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단식 1일차
황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며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비례제 철회'등의 3개항을 요구했다.
황 대표는 당초 청와대 앞에서 밤샘 단식 농성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청와대 앞 텐트는 불법 설치물이라며 청와대가 난색을 보이자 황 대표는 이날 오후 8시 30분쯤 국회로 옮겨 하룻밤을 보냈다. 황 대표는 다음 날 새벽 3시 30분쯤 다시 청와대로 가 출퇴근 단식 농성을 계속했다.
단식 2일 차
황 대표는 단식 2일 차인 2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마음으로 단식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어제 단식을 시작한 직후부터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여주셨다. 고맙고 큰 힘이 되었다”며 “국민의 성원과 지지로 버틸 수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께서 마음으로라도 함께 할 것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분수대 앞 광장 바닥에 앉아 간담회를 주재하고, 단식 농성장을 찾아온 지지자들과 대화했다. 황 대표는 이날 잠시 일어나 주변을 산책하기도 했다.
단식 3일 차
황 대표는 단식 3일째인 22일 국회 텐트를 나와 오전 7시 30분쯤 청와대 앞에 도착,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제단식, 갑질 단식’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누군가는 저의 단식을 폄훼하고 저의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저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소명을 다 할 뿐입니다”라고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유예된 2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방문해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강 수석은 정부 공식발표 5분 전인 이날 오후 5시 55분쯤 이곳을 찾았다.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단식 중인 황 대표를 찾아 "추운 날씨에 단식까지 하게 돼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다"며 단식을 중단해 달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황 대표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지소미아 유지의 일부가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했지만,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3개 조건 가운데 1개가 해결된 것에 불과해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단식 4일 차
황 대표는 단식 나흘째인 23일 이날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사랑채 인근에 텐트를 치고 노숙 철야농성을 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귀국하자마자 황 대표 단식 농성 텐트를 방문했다.
이날 황 대표의 단식농성 현장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 등이 잇달아 찾아 왔다.
단식 5일 차
황 대표는 24일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에 설치한 텐트에서 이틀째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황 대표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됐다. 그동안 꼿꼿이 앉아 단식을 이어갔던 황 대표는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텐트 안에 누운 채 하루를 보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이곳에서 진행된 당 비상의원총회 때에는 천막에 들어가 누운 채로 짧게 참석했다. 지지자들과 인사나눌 때와 국민의례 때만 잠시 앉거나 일어났을 뿐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황 대표를 찾아 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다.
단식 6일 차
황 대표는 단식 6일 차인 25일 청와대 앞 천막에서 마스크를 쓰고 누워 찾아온 나경원 원내대표의 “괜찮으시냐”는 물음에 “일어나서 대화해야 하는데 (기력이 없어) 앉을 수 없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단식 엿새째”라며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 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황 대표의 천막을 방문,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단식 7일 차
황 대표는 단식 일주일째인 26일 천막에서 몽골 텐트로 이동했다. 이날 황 대표를 만나 고 나온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황 대표가) 거의 말씀을 못 하신다.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그런 정도"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병원 입원 권유에 대해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아직 더 있어야 한다"며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상태가 악화하자 구급차와 의료진을 주위에 준비시켰다.
이날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손학규 대표가 황 대표를 찾았다.
단식 8일 차
황 대표는 단식 8일째인 27일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면서 하루에 3차례 의료진의 진찰을 받았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과 함께 황 대표를 찾은 나 원내대표는 이후 취재진에게 "병원에 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지만, 황 대표는 '(단식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결국 병원에 가시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날 "단백뇨가 시작된 게 사흘째"라며 "신장 부분이 많이 걱정된다. 여기에 추위 속 '노숙 단식'을 이어온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콧물 등 감기 증세가 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로 한계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날 오후 11시 7분쯤 황 대표는 청와대 앞 텐트 안에서 의식을 잃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28일 오전 “(황 대표 건강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어젯밤에는 의료진이 콩팥이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했는데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