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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러에서 팍팍 털린 옷···그 미세먼지는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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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세먼지가 심했던 날 입었은 옷을 OOOO나 △△△△에 넣으면 얼마나 제거되는지 궁금합니다” (김동*)

“의류관리기를 쓰면 정말 미세먼지가 제거되는 건가요. 제거가 된다면 얼마나 제거되는지, 제거된 미세먼지는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요.”(푸르*)

중앙일보의 미세먼지 정보사이트 ‘먼지알지’에 종종 올라오는 의류 관리에 대한 질문이다. 실제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옷에 묻어오는 먼지 양이 적지 않아 보인다. 공기청정기 제조사 등이 실험한 결과 공기청정기 옆에서 옷을 털자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당 200~300㎍까지 올라가거나, ‘좋음’ 수준이었던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저녁시간에 가족들이 귀가하자 급격히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9월을 제외하고 미세먼지가 일상화하면서 의류관리기는 필수 가전제품이 돼 가는 추세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0만 대 선이던 의류관리기 판매량은 올해 45만 대를 기록하며 50%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의류관리기의 원조 격인 LG전자의 ‘트롬 스타일러’는 2011년 출시 당시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며 낯선 가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의류관리기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주자가 됐다. 정가영 스타일러 기술부문 선임과 신아람 상품기획 선임을 만나 기본적인 궁금증을 풀어봤다.

신아람 LG전자 스타일러팀 선임(왼쪽)과 정가영 선임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신아람 LG전자 스타일러팀 선임(왼쪽)과 정가영 선임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의류관리기에 옷을 넣으면 미세먼지가 없어지는 건지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 제거가 되나.
“셔츠에 미세먼지를 도포한 뒤 ‘미세먼지 코스’를 가동해보니 99%가 제거됐다. 사용한 먼지는 한국공기청정기협회(CA)에서 인증을 받을 때 사용하는 지름 0.3㎛의 미세먼지였다. 초미세먼지보다 더 작은 크기다.”
실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선 셔츠에 미세먼지를 묻힌 다음 의류관리기에 넣는다. 그 뒤 의류관리기에 구멍을 뚫어 미세먼지 측정 센서를 넣고 ‘미세먼지 코스’를 작동시켜 옷과 센서를 확인한다. 여기서 체크해야 할 미세먼지는 두 가지다. 우선 옷에 붙은 게 제거됐는지를 봐야 하고, 관리기 안에 떠다니는 먼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측정해야 한다.”
결과가 어땠나.
“두 가지다 99% 제거된 결과를 얻었다. 옷의 경우 관리기 안에 넣기 전과 후, 옷에서 같은 면적 3군데를 정해 촬영해 영상을 비교·분석했다. 떠다니는 부유 미세먼지는 안에 넣은 센서로 확인했는데 ‘좋음’ 단계로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제거된 원리가 뭔가.
“스타일러의 경우 미세먼지 코스를 작동하면 분당 200회 진동을 통해 미세먼지를 물리적으로 털어준다. 그런 다음 스팀을 쏘아 수분이 먼지를 안고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원리다.”
미세먼지가 수분에 붙어 기기 아래로 떨어지면 그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큰 먼지 등은 관리기 바닥을 물티슈 등으로 닦아내도 되지만 사실 미세먼지는 습기와 함께 물통(‘물버림통’)에 모인다. 가끔 물 색깔이 변할 때가 있는데 그게 먼지랑 섞인 거다.” 
LG전자 의류관리기의 '무빙행어' 특허 자료(왼쪽)와 작동 원리. 모터가 돌아가는 회전 운동을 좌우 직선 운동으로 바꿔 강한 힘으로 옷을 털어준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의류관리기의 '무빙행어' 특허 자료(왼쪽)와 작동 원리. 모터가 돌아가는 회전 운동을 좌우 직선 운동으로 바꿔 강한 힘으로 옷을 털어준다. [사진 LG전자]

진동 방식이라 소음이 나는데, 그게 최선인가.
“우리가 옷을 팍팍 털면 미세먼지가 30% 이상은 제거된다고 한다. 미세먼지 제거에 물리적인 힘이 중요한 거다. 그래서 모터의 회전 운동을 좌우로 움직이는 직선 운동으로 바꿔서 옷을 흔들어 털어주는 아이디어를 낸 거다. 특히 옷의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고르게 힘을 전달하려면 물리력, 즉 진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내부에 옷걸이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옷의 지퍼 등 금속 부위가 내부 벽에 닿지 않게 할 경우 도서관 수준인 40db(데시벨) 정도의 소음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의류관리기들의 원리도 같나.
“모터 운동을 통한 분당 200회 진동이나 스팀을 쏘는 방식은 LG전자 스타일러 제품만의 특허다. 그래서 다른 제조사들의 제품은 특허를 피해 바람 등의 방식을 취한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의류관리기가 있나.
“세계에 없던 가전제품이다. 우리가 창조했다고 봐도 된다. 연구개발(R&D)에만 9년이 걸렸는데 처음엔 대부분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저녁엔 고기를 구워 먹는 회식이 많은 한국의 회식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냄새가 배고 양복이 구겨진다고 매번 세탁소에 맡길 수 없기 때문에 탈취와 구김을 펴는 기능에 주력했다.”
해외 반응은 어떤가.
“1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현지에서 관심많은 꽃가루 제거 성능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2배 늘었다. 선진국에선 미세먼지는 물론 알레르기에 민감해서 스팀으로 해당 물질을 제거해 주는 기능에 대한 호응이 많다.”
의류 관리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동안 옷을 세탁하기 전 재착용하기 위한 관리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최근엔 위생과 살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스타일러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팀 온도를 균이 죽을 정도로 높이 올렸다가 건조시키는 ‘살균코스’가 있다. 여기엔 2015~2016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미세먼지가 닥치면서 점점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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