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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앞에 느티나무 9그루 집중적으로 심은 춘천시 왜?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 앞 인도엔 높이 3~4m, 지름 10㎝의 나무 9그루가 심겨 있다. 이 나무는 모두 녹음수인 느티나무로 폭염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춘천시가 지난달 심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 앞 인도엔 높이 3~4m, 지름 10㎝의 나무 9그루가 심겨 있다. 이 나무는 모두 녹음수인 느티나무로 폭염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춘천시가 지난달 심었다. 박진호 기자

“횡단보도 앞 인도에 나무 9그루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데…. 이렇게 심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지난 25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의 한 교차로. 왕복 8차로인 이곳 횡단보도 앞 인도엔 높이 3~4m, 지름 10㎝의 나무 9그루가 심겨 있었다. 도로 건너편 인도에도 똑같이 나무 9그루가 심어졌다.

춘천시, 미세먼지·폭염 대비 곳곳에 도시숲 만들어 #2050년까지 1억 그루의 나무 심어 ‘숲의 도시’ 조성 #서울시, 횡단보도·교통섬 ‘그늘목 쉼터’ 400곳 만들어

최대폭 8m, 최소폭 3m, 길이 25m의 반원형 인도에 2~4m 간격, 두줄로 나무 9그루 심어지자 주민들의 궁금증은 커졌다. 인근 교차로나 인도엔 6~8m 간격으로 가로수가 1그루씩 심겨 있어서다. 현장에서 만난 정모(39·여)씨는 “횡단보도 앞 인도에 이렇게 많은 나무를 심은 것은 처음 본다”며 “나무를 왜 이렇게 심었는지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9그루의 나무는 모두 녹음수인 느티나무로 춘천시가 여름철 폭염 때 보행자들에게 그늘 제공과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해 지난달 심었다.

도시열섬·폭염 등 이상기후 변화와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환경문제에 대응하고자 자치단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춘천시는 2050년까지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춘천의 경우 최근 5년간 미세먼지 평균치가 50.1㎍/㎥로 서울 45㎍/㎥, 대구 44.2㎍/㎥보다 높았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 앞 인도엔 높이 3~4m, 지름 10㎝의 나무 9그루가 심겨 있다. 이 나무는 모두 녹음수인 느티나무로 폭염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춘천시가 지난달 심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 앞 인도엔 높이 3~4m, 지름 10㎝의 나무 9그루가 심겨 있다. 이 나무는 모두 녹음수인 느티나무로 폭염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춘천시가 지난달 심었다. 박진호 기자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사업비 2825억원을 들여 21개 사업을 진행, 교목 564만 그루와 관목 1458만 그루 등 총 2022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먼저 올해 연말까지 77만 그루를 심는다. 주요 사업 지역은 도시 내 가로수와 공원·녹지, 자전거길 주변이다. 또 학교와 주변 도로변, 사회복지시설을 녹화하는 사업과 미세먼지 저감 조림사업, 산업·농공단지 주변 차단 숲 조성사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춘천시는 1㏊의 숲이 연간 미세먼지 46㎏을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 168㎏을 흡착·흡수하는 만큼 도시숲이 조성되면 미세먼지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시숲 조성은 여름철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낮춰주고, 습도도 9∼23%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1억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 포럼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시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세종대로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세종대로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도 폭염에 대비해 2022년까지 횡단보도 주변과 교통섬에 ‘그늘목 쉼터’ 400곳을 조성 중이다. 그늘목 쉼터는 횡단보도나 교통섬 주변에 느티나무 등 녹음을 넓게 형성하는 나무를 심는 것을 말한다. 나무 아래엔 보행자들이 쉴 수 있는 의자도 설치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연간 4억원씩 총 16억원을 투자해 그늘목 쉼터 400곳에 그늘목 600그루 이상을 심을 계획이다. 그늘목 쉼터 조성사업이 기존의 그늘막처럼 단순히 햇볕만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폭염 대비와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광역시도 도시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1000만 그루에 심은 것과 비교할 때 기간은 짧게 잡고 식재량을 3배로 늘렸다. 전북 전주시도 미세먼지 저감 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1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했다.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윤영조 교수는 “선진국의 녹지정책은 사람들을 가로수 그늘에서 걸어다니게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리나라 가로수 여건은 좋지 않은 편이다. 현재 6~8m인 가로수 간격을 더 좁히고 두줄 세줄 심기로 더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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