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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구도자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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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좀비, 민폐” 등 쓴소리를 내뱉은 다음날(18일), 세간의 시선은 황교안 대표의 입을 향했다. “뜻을 받아들인다, 쇄신하겠다”라며 포용하든, “안타깝게 충정이 퇴색했다”라며 내치든 결단이 필요한 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황 대표는 “내년 선거에서 지면 물러나겠다”라는, 뻔한 공자님 말씀을 내놓았다.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관료정치”라며 황교안 한계론이 급속히 퍼졌다.

그때 등장한 게 단식 카드였다. 최측근마저 “국면 전환용으로 비친다” “출구가 없다”라며 이틀간 반대했다고 한다. 심지어 수행 당직자 등도 말렸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제1야당의 노숙 단식은 27일로 8일째다.

설사 리더십 위기 돌파용이라 해도 “왜 단식일까”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극한투쟁을 하기엔 지소미아·선거제 등의 폭발력이 약해서다. 이를 황 대표 주변에선 ‘소명의식’으로 설명한다. 기존 정치공학적 해석과 다르다는 거다. 실제 황 대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단식 중에도 일요일 저녁 예배를 봤다. 자신 앞에 놓인 난제와 ‘직면’하고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자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그 속에서 실마리를 찾자”며 단식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승부수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황교안 흔들기는 쑥 들어갔고, 농성장은 보수의 ‘성지’가 됐다. ‘진짜 단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새삼 알려주었다는 이들도 있다. 핍박받는 영웅을 원하는 대중 심리와도 맞닿았다. “구도자적 행보를 통해 부족한 정치적 카리스마를 획득했다”(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진단도 나온다.

구도자란 절대 가치를 향하는 고독한 이다. 측근이 없다는 얘기다. 단식 후에도 황 대표는 정치적 구도의 길을 과연 걸어갈 수 있을까.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