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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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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위대한 영화

위대한 영화

잉마르 베리만은 영화가 다루는 위대한 대상은 인간의 얼굴이라고 믿었다. 그는 나와 가진 인터뷰에서, 텔레비전으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를 보다가 완전히 몰입하게 된 게 안토니오니의 말이 아니라 안토니오니의 얼굴 때문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는 베리만이 클로즈업처럼 간단하고 소박한 기법을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 거라고 믿는다. 그는 얼굴을, 강렬한 눈빛을, 영혼을 향해 뚫린 창문으로서 얼굴을 연구하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었다. 얼굴은 그의 영화 세계의 핵심이었다. 로저 에버트 『위대한 영화』

강동원처럼 잘생긴 배우는 과하게 연기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건 이명세 감독이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 자체가 충분히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거기에 연기를 더 보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굳이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보는 것, 아는 것, 또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도 ‘얼굴’을 통해서다. 베리만도 영화의 본질은 배우의 얼굴이라고 믿었다.

영화평론가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평론가였던 로저 에버트가 영화사의 걸작 300여편에 대해 쓴 비평집이다. 같은 제목으로 2000년대에 나온 1·2권, 2010년 3권과 유작인 4권을 을유문화사가 세트로 펴냈다. 평론가 김영진은 “여기에 영화와 비평이 만나는 행복한 풍경이 있다”고 추천사를 썼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