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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파프리카 수출, 초심으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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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국산 파프리카의 중국 수출길이 곧 열린다. 2007년 대중국 파프리카 수출 검역 협상이 첫발을 내디딘 지 12년 만인 올해 11월13일, 드디어 양국이 검역 요건에 합의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다. 앞으로 수출 선과장, 재배 온실 등 등록에 대한 중국 측의 최종 승인과 한·중 합동 식물검역 절차를 거치면 파프리카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10년이 넘는 협상 기간 어려움이 많았다. 병·해충 위험 분석과 국내 실사를 거쳐 2015년 2월이 돼서야 중국 측이 초안을 제시했다. 이후에도 매년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우리 당국자들이 중국을 방문해 협의했고, 한·중 농업장관회의에서 중국에 조기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특히 올해는 농식품부 장관과 주중한국대사 명의의 서한을 보내는 등 막바지 협상에 박차를 가했고 이 모든 노력이 모여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수출까지는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은 익혀 먹는 식문화가 발달해 주로 볶음용으로 파프리카를 사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생식용으로 이용한다. 또한 비교적 고가인 탓에 중국 내 예상 소비층이 넓지는 않다.

물론 25년이 넘는 일본 수출의 역사를 돌아볼 때 이런 우려는 기우일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선진국형 시설 원예가 도입됐다. 당시 전북의 한 영농조합에서 ‘파프리카’를 일본에 수출하고 싶다고 필자를 찾아왔다. 그 업체는 첫 거래처인 ‘돌재팬’에 납품하기 위해 파프리카를 일일이 닦아내며 수출을 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주 1회 40피트 컨테이너 규모의 수출 물량을 확보했고, 오늘날 파프리카는 1억 달러 규모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파프리카 수출 통합조직(KOPA)을 중심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파프리카를 ‘과채류’로서 생으로 먹는 문화를 홍보한다. 또한 고급 매장과 전자상거래 시장을 타깃으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보관·운송 등 내륙 물류도 지원한다.

이번 중국 수출시장 개척은 우리 농업의 핵심적 도전이자 기회다. 우리 농가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재배기술과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파프리카의 우수성과 식문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간다면 중국은 충분히 주력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일본 개척 25년의 노하우를 이젠 중국에 쏟아야 한다. 농업인·수출업체·정부가 하나가 돼 중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본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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