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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베스트 커플 비결? “화면 안 잡히는 곳까지 신경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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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부부 역할로 호흡을 맞춘 오정세와 염혜란. [사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부부 역할로 호흡을 맞춘 오정세와 염혜란. [사진 KBS]

“기적은 없다. 우리 속 영웅들의 합심이 있을 뿐.”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임상춘 극본, 차영훈 연출)이 마지막으로 던진 메시지다. 1회 시청률 6.3%로 시작해 마지막 회 23.8%로 종영하기까지 이 드라마도 그랬다. 표면상 동백이(공효진)와 황용식(강하늘)이 앞장서 이야기를 끌어나갔지만 사실상 주연은 없었다. 극 중 배경인 옹산 속 영웅들이 매 순간 합심해 빈틈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백꽃 필 무렵’의 오정세, 염혜란 #“10년 전 연극 무대 배우서 처음 만나 #현장서 머리 맞대고 애드리브 만들어” #

그중에서도 옹산 최고의 엘리트 부부인 안경사 노규태와 변호사 홍자영 역할로 호흡을 맞춘 배우 오정세(42)와 염혜란(43)은 벌써부터 연말 시상식 ‘베스트커플상’의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멜로ㆍ휴머니즘ㆍ스릴러가 버무려진 드라마에서 어느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 덕분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이들은 26일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오정세는 ’얼마 전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도 못알보고 다들 스마트폰으로 ‘동백꽃 필 무렵’을 보고 계시더라“며 ’얼굴에 미소가 비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 프레인TPC]

오정세는 ’얼마 전 지하철을 탔는데 아무도 못알보고 다들 스마트폰으로 ‘동백꽃 필 무렵’을 보고 계시더라“며 ’얼굴에 미소가 비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진 프레인TPC]

이들은 “대본이 심하게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애드리브로 유명한 오정세는 “대본의 95% 이상을 구현해 내는 게 목표였다”며 “나머지 5%도 이걸 넣어도 되나, 방해가 되진 않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쏘리라굽쇼’ ‘왜 드리프트를 타떠?’ 같은 대사도 대본에 그대로 쓰여 있었어요. 엄청 디테일하죠. 지문도 그런 식이었어요. 그게 아까워서 대사에 녹여 말한다거나 까멜리아 입간판에 쓰인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같은 대사를 추가하는 정도였어요.”

“‘후드 키스’ 부러워 멜빵으로 오마주”  

염혜란은 “오정세가 친구처럼 잘 챙겨준 덕에 한결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99년 연극배우로 데뷔했지만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로 TV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염혜란과 달리 97년 영화 ‘아버지’로 첫발을 디딘 오정세는 일찍부터 연극ㆍ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 터였다. 10여년 전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언젠가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다려왔다”고. 오정세는 촬영 환경에 익숙지 않아 “다시 한번 해보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은근히 여린 구석이 있는” 염혜란을 위해 매번 총대를 멨고, 염혜란은 “까부는 것 같으면서도 욕심을 부리지 않는 미더움에 용기를 내서” 함께 아이디어를 덧대어갔다.

마지막 회에 등장한 ‘코 잡기’(위)와 ‘멜빵 키스’신. [사진 KBS]

마지막 회에 등장한 ‘코 잡기’(위)와 ‘멜빵 키스’신. [사진 KBS]

마지막 회 쏟아진 ‘멜빵 키스’나 ‘코 잡기’ 등은 그렇게 탄생한 명장면이다. “청혼도 먼저 하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뭔가 상징적인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염혜란의 제안에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가 연결될 수 있는 동작”을 찾아 나섰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볼을 꼬집는 것도 후보에 있었지만 “스킨십 같으면서도 폭력적인 느낌도 있는” 코 잡기가 최종 낙찰됐다. 오정세는 “동백이와 용식이의 ‘후드 키스’가 너무 부러워서 소리 지르면서 봤다”며 “‘네가 먼저 했다’라는 대사도 그렇고 모두 사전에 원작자의 허락을 받고 한 일종의 오마주”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화면에 잡히지 않는 곳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노규태가 동백이나 향미를 좋아해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로워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마음을 훅훅 여는 것”이라고 해석한 오정세는 도처에 빈틈을 설정해놨다. 흰 바지 속에 원색 속옷을 입는다거나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다거나 등등. 심지어 명품 셔츠에 실밥이 풀리게 하거나 허리띠 칸을 다 안 채우기도 했다. 카메라 공포증과 안면인식장애로 고생한 그는 “장치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놔야 현장에서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며 “한끗 차이가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쌓이다 보면 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안보여도 한끗 쌓여 큰 차이 만들 것”

염혜란은 ’아직도 제 이름을 엄혜란으로 아는 분들도 많다“며 ’홍자영(‘동백꽃 필 무렵’), 진주댁(‘아이 캔 스피크’) 등 캐릭터 이름으로 기억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에이스팩토리]

염혜란은 ’아직도 제 이름을 엄혜란으로 아는 분들도 많다“며 ’홍자영(‘동백꽃 필 무렵’), 진주댁(‘아이 캔 스피크’) 등 캐릭터 이름으로 기억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에이스팩토리]

20대 때부터 각종 아줌마 역할을 도맡다 처음으로 ‘사’자 들어간 직업을 맡게 된 염혜란은 헤어스타일을 쇼트커트로 바꾸고 이혼전문변호사가 쓴 책들을 섭렵했다. “극 중 재판 장면이 등장하진 않지만 이혼 절차나 관련 용어도 정확히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국문학도로서 사명감이나 극작에 대한 욕심 때문이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새 인물은 새 흙으로 빚고 싶어서요. 제 안에 있는 걸 계속 꺼내 쓰다 보면 예전 작품의 다른 인물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서 책이나 영화 등 다른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예요. 그게 새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요.”

두 사람은 이번 작품으로 쏟아진 관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배우로서 마음가짐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차기작도 준비돼 있다. 염혜란은 29일 첫 방을 앞둔 JTBC ‘초콜릿’에서 간호팀장 역할을, 오정세는 다음 달 시작하는 ‘스토브리그’에서 구단주를 맡아 금토드라마에서 경쟁하게 됐다. 오정세는 “이번엔 악역에 가깝다”며 “코믹 등 한가지 색깔로 굳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꾸준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홍자영은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서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실제 성격과 비슷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그간 TV에서 잘 못 보던 신선한 얼굴이라 좋아해 주신 것 같은데 신선함은 곧 사라지지 않냐”며 “언제 나와도 반가운 배우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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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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