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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아내에게 이런 말 한 번도 못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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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인춘의 80돌 아이(5)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작가노트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순간, 순간마다
자신의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때마다 후회 없이 잘 살아왔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마다 모두 다 부족한 삶이었다고,
그래서 다음 생은 후회 없는 삶을 살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겁니다.

더더구나 앞장서서 가정을 이끌어 간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한 옆 지기 아내에게 잘못해준 것 투성이였다고
후회의 말을 할지도 모릅니다.
내 여자의 일생을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한 삶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말입니다.

저는 아내를 편안하게 만들지 못한 죄가 유독 커서인지
인제 와서 매일 아내 앞에 두 손 똑바로 세워 들고
무슨 일이든지 군소리 없이 하겠다고 하명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체면이요?
부부 사이에 뭔 체면입니까?
더구나 평생을 남편 하나 믿고 엑센 세월을 헤쳐 온 아내에게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얽혀 때로는 가슴이 저밉니다.

제 말이 마치 삼류 유행가 가사같이 유치하다고요?
저도 처음엔 여러분처럼 유치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다 보니
그 유행가 속엔 나의 인생이 들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별수 있나요?
어느 날 마누라의 행동에 뒤돌아서서 눈물 찔끔 흘릴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살펴보세요.
그 유치한 유행가 속에 당신의 인생이 들어있을 거예요.
안 들어 있다고요?
어휴~!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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