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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알파고가 바꿔놓은 풍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16강> ●리친청 9단 ○신민준 9단

2보(15~30)=리친청 9단이 23으로 좌상귀 3·3에 침입하면서 이 바둑에서만 세 번째로 3·3 정석이 나왔다. ‘알파고’ 등장 이전에 이런 바둑을 두었다면 바둑 선생님에게 크게 혼났을 법한 장면이다. 과거엔 초반에 일찌감치 3·3에 들어가는 수가 상대가 세력을 쌓도록 도와준다 하여 금기시됐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기회만 되면 3·3을 파려 한다. 인공지능(AI)이 바꿔놓은 대표적인 풍경 중 하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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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귀에서 신민준 9단이 24로 막은 수도 마찬가지다. 과거 사람의 감각으로는 ‘참고도’ 백1로 좌변을 틀어막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AI ‘릴라제로’에 따르면, 백이 아무리 좌변을 넓혀놔도 흑8로 삭감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상변 쪽을 막는 편이 낫다. 신민준 9단은 AI의 추천대로 상변을 막았다.

참고도

참고도

지금까지 두 선수는 마치 AI처럼 바둑을 두고 있다. 요즘 프로기사들은 평소에 AI로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초반 포석을 대부분 암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전에서 같은 모양이 나오면 숨도 쉬지 않고 바둑돌을 놓는 경우가 많다. 초반에 시간을 아껴 중반 전투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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