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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우즈 세기의 스캔들…그로부터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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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0년 전 ‘타이거 우즈 스캔들’을 전한 2009년 11월 30일 자 중앙일보 스포츠 지면. [중앙포토]

10년 전 ‘타이거 우즈 스캔들’을 전한 2009년 11월 30일 자 중앙일보 스포츠 지면. [중앙포토]

“당신은 내가 사랑한 유일한 여인이야.”

2009년 11월 밤 집 근처 교통사고 #만천하에 드러난 골프황제 사생활 #성공으로도 채우지 못했던 허전함 #사색으로 달라진 일그러졌던 영웅

딱 10년 전인 2009년 11월 26일 밤, 타이거 우즈의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은 남편의 휴대전화를 뒤지다가 이런 문자를 발견했다. 우즈는 수면제를 먹고 잠든 상태였다. 전날 타블로이드에 ‘타이거 우즈 불륜 스캔들 특종’이 터졌다. 우즈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파파라치들이 돈을 벌기 위해 쓴 가짜 기사”라고 했다. 또 부인에게 “신문에 불륜 상대 여성으로 지목된 레이철 우치텔은 일 때문에 만난 사람일 뿐”이라며 전화까지 연결해줬다. 전화기 반대편 여성은 우즈 부인에게 “일 때문에 만난 게 전부”라고 했다.

노르데그린은 믿지 못했다. 깊은 밤 남편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우즈는 “내가 사랑한 유일한 여인”이란 문자를 써놓고 보내지는 않았다. 노르데그린은 이 번호로 “보고 싶어. 우리 언제 다시 보는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곧 답장이 왔다. 노르데그린은 전화를 걸었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전날 우즈가 전화로 연결해준 우치텔이었다. 소란에 잠에서 깬 우즈는 맨발로 도망치듯 집 밖으로 나가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수면제와 진통제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급출발한 차는 울타리를 넘어 옆집으로 갔다가 방향을 바꿔 소화전과 정원수를 들이받았다.

사고 이후 우즈의 비밀이 까발려졌다. 관계를 폭로하는 여성이 줄줄이 나왔다. 우즈는 이전까지 사생활을 철저히 감춰왔기에 충격이 엄청났다. 우즈 집 주위로 방송사 중계차와 헬리콥터가 몰렸다. 뉴욕포스트는 우즈의 불륜 기사를 21일간 1면 톱 기사로 내보냈다. 911테러 때보다 길었다. 11월 26일 밤 상황은 전기 『타이거 우즈』 및 관련 인물 인터뷰 등을 종합한 것이다.

우즈는 잠적했다가 이듬해 초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당시 “내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는 평범한 규칙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생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주변의 유혹을 즐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그런 권리가 있다고 느꼈다. 돈과 명예 덕분에, 그런 유혹들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고 했다. 사과했지만 미안한 기색은 별로 없었다. 이후 복귀해 세계 1위에 올랐으나 메이저 대회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 몸이 아파 앓아누웠고, 깊은 사색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됐다. 그러고 나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존경을 되찾았다.

우즈는 절세미녀 부인을 두고 외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생긴 가슴 속 허전함을 채우려 했던 것 같다. 우즈는 처음엔 비밀이 보장되는 고급 콜걸을 만났다. 그러다 점점 더 위험한 곳을 헤맸다. 집 근처 와플 하우스 직원, 동네에 사는 여대생 등이다.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을 거라고 추측되지만, 발각되기 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즈의 삶은 스펙터클한 영화다. 이전에 없었던 눈부신 경기력을 보여줬다. 소수 인종의 성공 휴먼 스토리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을 철저히 장막 안에 감춰 미스터리 요소도 있다. 불세출 스타가 부상으로 좌절에 빠졌다가 마지막엔 두 자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다. 또한 십여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 에로물이기도 했다. 우즈의 전기는 그를 ‘현대의 셰익스피어’라고 했다. 우즈에게는 여러 장르가 있었다.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을 다 느끼게 한다.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소화전 사고가 난 지 딱 10년 되는 날 든 생각이다.

참고로 우즈의 전 부인 노르데그린(39)은 최근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 아버지는 풋볼 선수 출신인 8살 연하 남자 친구다. 커플은 우즈 집 근처에 산다. 우즈와 사이에 낳은 아이들 축구 경기를 찾아 응원도 한다고 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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