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식·채식 마음대로…어느 대안학교의 급식 '개취존'

중앙일보

입력 2019.11.26 07:00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15)

어머니가 싸주신 따뜻한 도시락이 그리운 날이다. 당시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지인께 부탁해 구한 보온력이 좋다는 도시락에는 어머니의 손길로 차려진 따뜻한 밥과 국, 찬이 있었다. 그때는 당연한 듯이 먹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보통의 노동이 아니었으리라. 매일 도시락을 싸는 일만으로도 굉장히 큰 노동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한결같이 자식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가 잘 먹어주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그런 마음이 학교급식에도 전해지면 좋겠지만 아무리 요즘 학교 급식이 잘 나온다고 해도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의 손끝 맛은 담아내지 못할 듯 싶다.

요즘에는 학교 급식도 다양하다. ‘급식 교육’이라는 말도 있듯이 급식을 통해 다양한 음식문화를 알려주기도 한다. 한식 위주의 식사를 벗어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빵, 파스타, 치즈를 활용한 요리도 급식의 주요 메뉴다. 하지만 과연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것만이 중요할지는 미지수다. 지금 아이들은 식재료가 어떻게 식탁까지 오르는지 그 과정을 모른다.

다양한 채소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추와 고구마가 밭에서 어떤 모양으로 자라는지 모른다. 돈가스가 돼지로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소시지, 햄, 베이컨, 치즈 등의 출처를 제대로 알고 먹는 아이들은 없다. 반면 패스트푸드 음식점과 배달음식의 이름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어디 치킨, 어디 피자의 이름과 로고는 정확하게 구분한다.

먹는 것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프랑스 환경부 장관 니꼴라 윌로. 그는 동물 복지 인식, 음식 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plantbasednews]

먹는 것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프랑스 환경부 장관 니꼴라 윌로. 그는 동물 복지 인식, 음식 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plantbasednews]

우리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근원에 대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은 우리를 구성하고 우리의 피와 살이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 자신이 된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근원에 대한 교육이 없다면 지금 자녀와 청년 세대들은 공장 음식만 아무런 판단 없이 먹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매 끼니가 영양은 없고 칼로리만 과부하된 가짜 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먹어도 먹어도 식탐이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영양이 부족한 탓에 우리 몸이 계속 음식을 집어넣기를 명령하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먹게 되면 결국 아무나가 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먹는가를 어릴 때부터 교육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거나 먹고사는 삶이 된다. 음식은 건강과 직결된다. 그래서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제대로 된 영양 교육과 급식 교육이 필요하다. 평생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어떤 교과 과정보다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

현대인의 매 끼니 식사에는 동물성 식품인 우유, 치즈, 고기, 생선이 빠지지 않는다.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아도 편의점과 식당 음식의 원재료에는 이런 식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제1군 발암물질로 구분된 가공육도 학교 급식에는 빠지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에는 담배, 벤젠, 석면, 핵연료인 플루토늄, 가공육이 있다. 학교 천장에서 석면이 떨어진다면 모든 학부모가 항의를 빗발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보다 더 큰 문제인 먹을거리는 관심이 없다. 피부에 닿는 것과 제1군 발암물질인 햄과 소시지, 베이컨을 먹는 것, 과연 어떤 것이 더 치명적일까?

이런 건강 문제뿐 아니라 종교, 이념, 가치관에 따라 식물 기반의 식사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 있는 수많은 학교 중 국제 학교들을 제외하면 채식 선택이 가능한 곳은 없다.

유럽 여러 선진국에서는 기후 위기 문제로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채식 식당 음식.

유럽 여러 선진국에서는 기후 위기 문제로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채식 식당 음식.

식물 기반식으로 식사 선택을 할 수 없는 학교급식의 불모지에서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는 한 학교가 있다. 대안학교 CGS Seoul에서는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환경과 식습관에 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급식도 교육이고 음식을 먹는 것이 지구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교 측의 취지다. 이 학교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학교 급식은 완전 채식과 고기가 들어간 식사를 선택할 수 있다. 한 달 단위로 급식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도시락을 싸 오는 학생과 선생님도 있다.

학생, 환자, 군인, 수감자 등 많은 사람이 식사를 제공받아야 하는 곳에서는 더욱 식물식 기반의 식사가 기본으로 제공돼야 한다. 육류가 포함된 식사는 추가적인 선택으로 누구나 희망한다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단체급식에서는 개인이 배출하는 탄소량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저탄소 배출 식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러한 교육이 시급하다.

기후 위기 보고서인 ‘플랜 드로 다운’에 따르면 탄소 배출 영향에서 식물 기반식 전환, 음식물 쓰레기 배출 절감, 축산업 축소를 상위에 랭크 시켰다. 유럽에서 앞장서서 서두르는 식습관 전환 프로젝트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식사의 기본식 패러다임만 바꾸어도 탄소 배출 절감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으며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게 된다. 의료비 지출과 부담을 줄일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세금으로 낸 돈이 의료비로 사용되는 금액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식은 훌륭한 식물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모두가 건강해지는 식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대단한 요리와 재료는 없지만 매일 아침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다.[사진 강하라]

대단한 요리와 재료는 없지만 매일 아침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다.[사진 강하라]

우리도 얼마 전부터 두 아이의 도시락을 싸고 있다. 언제까지 도시락을 싸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보려 한다. 매일 아침 따뜻한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맛있게 먹어줄 아이들을 생각한다. 하루의 시작부터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좀 더 맛있고 좋은 식사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편의점에서도 채식 김밥, 식물성 고기 햄버거, 채식 라면을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추어 학교와 병원, 군대에서도 맛있고 건강한 저탄소 식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가·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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