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그런데 현장의 사진을 보면 일제 자동차 렉서스 LX570으로 추정되는 SUV 차량이 보인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 구명이 뚫려 있다는 증거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는 지난 7월 ‘호화판(Lux & Loaded)’이라는 제목의 대북 사치품 수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사치품 수출을 보고한 국가는 32개국이지만, HS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를 통한 무역거래를 분석한 결과, 총 90국이 대북 사치품 수출에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 수출한 사치품은 총 51억 6938만 달러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출한 양이 9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82차례에 걸쳐 자동차 803대를 북한에 수출했다. 이 중에는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메르세데스 벤츠 S600 마이바흐 2대와 렉서스 LX 570도 포함돼 있다.
특히 방탄 장비가 부착된 김정은의 전용 벤츠를 적재한 컨테이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일본 오사카-한국 부산항-러시아 나홋카까지 선박으로 옮겨진 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화물기를 통해 북한으로 최종 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국내 업체가 북한의 밀무역에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렉서스 LX 570이 여러 대 등장했다. 렉서스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LX 570는 대형 SUV다. 도요타 측은 해당 차량의 고유 넘버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해당 차량이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 사이에 생산된 차량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 조치로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안보리는 2006년 ‘사치품’의 북한 반입을 금지했고 2013년엔 사치품 범주에 ‘호화 자동차’를 명시했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