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계약서’ 있나 없나, 진실게임의 열쇠

중앙일보

입력 2019.11.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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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손흥민

손흥민

손흥민(27·토트넘)과 2008년 유럽 진출 때부터 함께 해온 에이전트가 첨예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에이전트와 결별 선언 막전막후
12일 투자 설명회가 사건 발단
관련된 3자 모두 입장 제각각
가급적 법적 다툼은 자제 분위기

손흥민이 에이전트에 결별을 통보한 사실(22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공방은 이후 계약서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에이전트 쪽에서 22일 “갈등을 빚은 건 맞지만, 결별은 아니다. 손흥민이 직접 서명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가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57)씨가 25일 재반박했다. 손씨는 이날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전화)에서 “결단코 그런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손흥민과 에이전트사인 스포츠 유나이티드(이하 스유), 그리고 스유를 이를 인수한 앤유 엔터테인먼트(이하 앤유)가 논란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손흥민은 21일 스유 대표 장모씨에게 이메일로 “에이전트 계약을 끝내겠다”고 통보했다. ‘신뢰 관계 훼손’을 이유로 들며,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손흥민 투자 설명회’를 거론했다. 6월 스유를 인수한 앤유가 이날 행사에서 손흥민 관련 마케팅 플랜을 발표했다.

손흥민 논란의 쟁점 및 삼자 입장

손흥민 논란의 쟁점 및 삼자 입장

이 행사에 대한 삼자의 설명이 엇갈린다. 손흥민 쪽에선 “행사가 동의 없이 열렸다”고 주장한다. 스유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우리도 행사 개최 사실을 몰랐다. 앤유가 지분 인수 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흥민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건 불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앤유는 “스유 지분 전체를 인수하며 손흥민 관련 마케팅 권리도 확보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없는 행사”라며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기존 투자자 대상으로 손흥민에게 거액(100억원대)을 베팅한 이유를 설명했고, 행사 자체도 비공개였다”고 해명했다.

연예 매니지먼트와 드라마 제작 등에 주력하던 앤유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시장 진출을 결정한 뒤, 광고 시장에서 톱 클래스 모델로 평가받는 손흥민에 주목했다. 협상을 거쳐 손흥민 마케팅 권리를 보유한 스유 주식 전부를 118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앤유는 6월 이런 사실을 공시했고, 1차로 58억8004만원을 들여 지분 49%를 매입했다. 다음 달 15일 나머지 지분 61%(60억1596만원)도 확보할 예정이다.

세 당사자는 어떤 관계인가

세 당사자는 어떤 관계인가

손흥민과 에이전트 간 계약서 존재(또는 진위) 여부는 양측 간 관계뿐 아니라, 스유와 앤유의 금전적 거래 관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앤유가 스유를 인수하며 100억원대 거액을 투자한 데는 ‘손흥민을 활용한 마케팅 권한’이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윤경호 변호사(법률사무소 국민생각)는 “계약서가 법적으로 유효하다면, 해당 서류 상 명시된 ‘해지 요건’에 해당하거나 법에서 규정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계약 관계를 끝낼 수 있다”며 “손흥민이 사전협의 없이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면 계약해지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서에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손흥민 에이전트로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당 문서를 작성한 관계자는 사문서위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 윤 변호사는 “스유에 거액을 투자한 앤유가 인수 거래 자체를 취소하거나, 사기죄를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 쪽은 에이전트와 결별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래도 가급적 법적 다툼은 피한다는 입장이다. 손웅정씨가 운영하는 ‘손풋볼아카데미’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한창 시즌 중인 선수 상황을 고려해 사태의 확대를 원치 않는다”며 “스유 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선수의 경기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선제적으로 법적 조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스유와 앤유도 ‘법적 대응 가능성’은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어떻게든 손흥민 쪽을 설득해 관계 회복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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