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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주식을 5000원에 거래…CFD의 유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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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혁신적 금융투자 기법일까. 이후 대형 금융 사고의 씨앗일까.

매수·매도 차액만 결제 파생상품 #10% 증거금만 내 ‘레버리지 효과’ #주식 소유 안 해 양도세 회피수단 #자칫 대형 금융사고 터질 우려도

최근 증권사들이 속속 출시하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두고 나오는 이야기다. CFD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채, 증권사를 통해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익률을 최대 10배까지 늘릴 수 있다’ ‘자산가의 주식 양도세 회피 수단이다’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우선 CFD는 투자자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는 CFD 거래를 통해 주식 매매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가져가는 실질적 주인이지만, 서류상(법적인) 주인은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다. 국내 증권사는 이 둘을 중개해 준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거래세만 내는 일반 주주와 달리 현행법상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최대 27.5%)를 내야 하는 개인 대주주(상장사 주식 15억원 이상 보유)가 최근 CFD 거래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대주주 요건이 강화(내년 4월부터는 보유 주식 기준이 10억원, 2021년부터는 3억원)되며 CFD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CFD의 두번째 특징은 차액만 결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1주가 5만원일 때, 6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는 1주를 5만원에 사지 않고 1주에 대한 권리를 5000원에 매수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가격의 10%에 불과한 증거금만으로 거래할 수 있어서다. 증거금률(10~40%)은 투자종목마다 다르다. 우량 종목일수록 증거금률이 낮아 더 높은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삼성전자의 주식이 6만원으로 올랐다면 일반 거래에선 5만원을 투자해 1만원을 벌어 수익률은 20%다. 5000원을 투자해 1만원을 번 CFD 거래의 수익률은 200%가 된다.

파생금융상품이다 보니 CFD 손실이 나면 투자 금액 이상을 갚아줘야 하는 위험도 있다. 만약 삼성전자 주식이 4만원으로 떨어지면 5000원을 투자했지만 1만원을 갚아야 한다. 수익률은 -200%다. 일반 주식과 달리 매일매일 결제되지 않고,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해 환차손도 입을 수 있다.

‘초고위험 상품’인 탓에 그동안은 개인전문투자가로 등록한 소수만 CFD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문투자자 등록 기준이 낮아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 기준이 잔액 5억원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아져 개인전문투자자 대상은 지난해 말 기준 1950명에서 15만~17만 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자 문턱이 낮아지자 증권사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6년 CFD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교보증권에 이어 올 6월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이 가세했다. 지난달에는 하나금융투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기준 교보증권의 CFD 일 평균 거래액은 28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DB금융투자(31억원), 키움증권(2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CFD 시장 확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업계는 순기능을 강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나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매도를 개인투자자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개인 대주주가 주식 대량 보유와 공매도 보고 의무를 피할 우회로로 CFD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의원은 “대주주 보유분이라도 CFD를 통해 금융회사가 주인인 것으로 돼 지분 공시를 회피할 수 있는 만큼 공시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FD는 일반투자자들뿐만 전문투자자들에게도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니만큼 대형 금융 사고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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