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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재단 "탈북모자 장례 26∼28일 엄수"…탈북단체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탈북모자 추모제 및 노제에서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모자의 영정과 상여를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탈북모자 추모제 및 노제에서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모자의 영정과 상여를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말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의 장례식 절차를 두고 남북하나재단과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하나재단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탈북민 한성옥(42)·김동진(6) 모자의 장례 절차를 오는 26~28일 엄수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고인이 사망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도 더는 고인의 영면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씨 모자는 지난 7월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한씨 집에는 식료품이 떨어진 상태였고 통장 잔고는 3858원에 불과해 아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후 탈북민단체 관계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사과와 함께 ▶통일부와 범 탈북민 단체 간 협의기구를 설치 ▶전국적인 탈북민 협력망 구축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서울 광화문역 앞에 마련된 '탈북 모자' 추모 분향소에 관계자들이 조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23일 부검을 마치고 이 사건에 대해 내사종결처리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광화문역 앞에 마련된 '탈북 모자' 추모 분향소에 관계자들이 조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23일 부검을 마치고 이 사건에 대해 내사종결처리했다. [연합뉴스]

비대위는 하나재단이 한씨 모자의 장례식을 '날치기'로 치르려 한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부는) 우리와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또 '상주는 비대위다. 모든 장례절차를 비대위와 합의해 처리한다'고 했었다"며 "이번 장례식은 철저한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비대위는 지난달 28일 민주평화당의 중재로 이달 10일로 장례 일정을 합의한 바 있지만, 비대위 측이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하나재단은 26~28일을 애도 기간으로 설정하고 수도권 지역에 있는 하나센터 6곳에 분향소를 마련해 탈북민들을 비롯한 각계 조문을 받을 방침이다. 분향소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다.

관련 법에 따르면, 유가족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는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도록 돼 있으며 이에 따라 한씨 모자의 장례절차 역시 담당구청인 관악구청이 맡게 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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