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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고급화하는 농수산제품…농어촌 복지도 향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오후 찾은 서울시 서대문구의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식품관 한쪽에 지하 와인 창고 같은 진열대가 눈에 들어온다. ‘명인명촌’이라고 쓰인 붓글씨체 간판 아래로 흰색 라벨에 싸인 수십 개의 유리병이 진열돼 있다. 가까이 다가 가보니 와인 대신 오미자와 솔잎 추출물 등 각종 농수산물 가공품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각 제품은 생산지와 생산한 사람의 실명이 그대로 들어갔다. 설악산에서 온 토종꿀은 장인이 1년에 한 번 채취한 벌집을 숙성해 만들었다. 한병에 약 80만원의 고가다. 제주에서 온 전통 어간장은 전갱이와 고도리(새끼 고등어)를 약 3년에 걸쳐 절이고 숙성한 끝에 이곳에 왔다.

지난달 16일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제품 장인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제품 생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총 4억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통해 농어촌 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한다. [사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지난달 16일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제품 장인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제품 생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총 4억원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통해 농어촌 기업의 마케팅을 지원한다. [사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백화점과 컨설팅 업체가 공동으로 특산물을 발굴해 판매하는 명인명촌 매장은 현재 지점별로 기존 3평에서 내년 9~10평으로 확장 공사를 앞두고 있다. 공사 비용은 입점한 농·수산물 업체가 아닌 백화점 측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상생기금)으로 충당된다. 박대성 현대백화점 동반상승팀 부장은 “매장 확대를 통해 보다 다양한 지역의 농·수산물 제품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생기금을 활용해 농·어업인이 유통에 대한 부담 없이 제품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농·어촌 기업 시장 진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우수 품질의 농·수산물 가공품을 생산할 능력은 있지만, 판로를 확장하거나 홍보를 하는 등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역 기업들이 시장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출연해 만든 민간 기금이다. 2016년 말 기금 마련을 위한 농어업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17년부터 만들어졌다. 올해만 약 45개 기업이 출연해 195억8383만원이 모였다. 2017년부터 3년간 총 737억 714만원 규모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전복·한우·꼬막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볶음고추장’을 생산하는 국령애 다산명가식품 대표는 “2007년 사회적기업으로 창업했지만 5년째 매출이 1억원을 넘기는커녕 적자만 누적됐다”며 “그러나 컨설팅 업체에서 상생기금을 활용해 마케팅과 판로개척 등을 도와 현재는 연 매출 4~5억원에 미국·유럽 등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농어촌 기업의 ‘코치’ 역할을 하는 정재원 다리컨설팅 이사는 “장인이 소비자들에게 제품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상생기금을 활용해 전국 농가에 보급한 농업인행복콜센터 전용 전화기를 이용하는 농촌 주민의 모습.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상생기금을 활용해 전국 농가에 보급한 농업인행복콜센터 전용 전화기를 이용하는 농촌 주민의 모습. [사진 LG유플러스]

상생기금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부터 LG유플러스는 전국 농·어촌 지역에 ‘농업인행복콜센터’를 설치하고 전용 전화기 총 3만대를 보급했다. 농어촌 지역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나 홀로 가구가 늘고, 고령 농업인의 정서적 우울과 고독사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다. 고령 농업인들은 전화기 한 대로 자원봉사자나 돌봄 도우미를 호출할 수 있고 주택·보일러 수리, 도배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G 유플러스 관계자는 “상생기금 1억5000만원도 별도로 출연해 올해 전국 고령농업인 1만 세대에 행복콜센터 전용 전화기를 추가로 보급했다”며 “지역 자원봉사자와 지역농협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농·어촌 복지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생기금을 운용하는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총장은 “당초 매년 1000억원씩 기금을 확충하기로 한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년 차에 들면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기금을 출연하고 있다”며 “농어촌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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