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 살에 몸값 연 5억…'펭수' 잡으려고 뛰는 유통업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 편의점 관계자는 4주 전 ‘펭수와 협업할 의향이 있는지’ 제안을 받았다. 당시 망설인 이 관계자는 지금은 후회가 크다. 10월 초 10만명이 조금 넘었던 구독자는 현재 94만으로 늘었고 펭수는 방송국을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그는 “불과 한 달 사이 협업 비용 등 조건은 달라졌고 무엇보다 펭수가 너무 바빠 우리가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펭수X스파오. 펭수는 이 협업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 '겨울왕국' 엘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사진 이랜드월드]

펭수X스파오. 펭수는 이 협업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 '겨울왕국' 엘사와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사진 이랜드월드]

열 살 펭귄 연습생 펭수를 잡기 위해 유통업계가 뛰고 있다. 전례 없는 신분(EBS 연습생)과 캐릭터(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어린이) 등 걸림돌에도 펭수를 광고 모델로 선점하기 위한 물밑 싸움이 한창이다. 당연히 몸값도 치솟았다. 업계는 펭수의 1년 기준 광고모델료를 최소 3억에서 최고 5억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빙그레가 경쟁이 치열해지기 직전 발 빠르게 치고 나갔다. 펭수는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자이언트 펭TV)에서 ‘손흥민 슈퍼콘 댄스에 도전’이라는 콘텐트를 올렸다. 손흥민 선수가 광고에서 춘 춤을 따라 하도록 유도한 이 이벤트에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펭수가 도전하는 식이었다.

펭수는 이 동영상에 “남극에서부터 손흥민 선수 팬이었다. 펭귄 덕후는 나 하나 아닐까?”라는 소개 글을 남겼다. 이후 펭수 인기가 급상승하자 빙그레가 콘텐트 제작을 제안했고,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내용은 펭수의 슈퍼콘 ‘먹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 관계자는 “펭수가 지난여름 슈퍼콘 챌린지에 참여했던 히스토리도 잘 맞아 바로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가 자이언트 펭TV에 지급하는 콘텐트 제작비는 2000만~3000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이랜드의 캐주얼 브랜드 스파오는 펭수와의 콜라보(협업)를 성사시켜 싱글벙글이다. 올해 10주년인 스파오는 ‘동갑내기 크리에이터 펭수와 만남’을 콘셉트로 다음 달부터 펭수 캐릭터가 들어간 잠옷과 티셔츠, 잡화류 등을 판매한다. 협업개념인 만큼 펭수는 판매 물량에 따른 러닝개런티를 받게 된다. 계약 금액 등 조건은 비공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스파오가 협업을 진행한 ‘겨울왕국’, ‘해리 포터’ ‘토이 스토리’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거의 동등한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펭수 채널에 “너만을 위한 세계 최초 참치버거를 개발 중”이라고 댓글을 달았던 롯데리아도 일찌감치 펭수 측에 접촉해 구애 중이다. 하지만 펭수는 답변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워낙 접촉하는 업체가 많아 아직 회신조차 받지 못했다”며 “인기가 치솟아 성사되더라도 일정상 내년에야 광고를 내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펭수 채널 댓글들. 기업이 직접 러브콜을 보내는 글이 베스트 댓글로 자주 뜬다. 이 콘텐트에선 사조참치와 롯데리아 공식 채널 운영자가 단 댓글이 눈에 띈다. [자이언트 펭TV 캡처]

펭수 채널 댓글들. 기업이 직접 러브콜을 보내는 글이 베스트 댓글로 자주 뜬다. 이 콘텐트에선 사조참치와 롯데리아 공식 채널 운영자가 단 댓글이 눈에 띈다. [자이언트 펭TV 캡처]

동원F&B도 펭수와 협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서 동원참치 광고에 배우 조정석과 가수 손나은이 부르는 ‘참치송’으로 히트를 한 바 있다. 펭수는 지난 9월 이를 패러디한 ‘남극참치헌정송’을 만들어 올리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때문에 펭수 팬들은 펭수에게 조만간 동원참치 광고모델로 제안이 갈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지금 당장 펭수를 써야 한다는 의견과 위험부담이 없는지 망설이는 의견이 공존하다”고 전했다.

펭수가 이처럼 광고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기획 캐스팅 담당 조승현 프로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했던 기존의 EBS 캐릭터와 차별화해 ‘연습생’이라는 콘셉트로 거침없으면서도 센스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2030 밀레니얼 세대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며 “유튜브, 지상파 방송 등 다양한 콘텐트로 대중과 폭넓게 소통하며 팬층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이 광고 모델로서 펭수에 매력을 느끼는 주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