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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정지선 외 대표 전원퇴진···유통업계 60년대생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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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현대백화점 사장단 인사 배경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중앙포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중앙포토]

실적이 악화일로인 유통업계가 세대교체로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 이마트에 이어, 이번엔 국내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5일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사장)로 내정했다.

50대로 교체한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그래픽=심정보 기자.

50대로 교체한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 신임 대표이사. 그래픽=심정보 기자.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동시에 교체했다. 윤기철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현대리바트 대표이사(사장)로 자리를 옮긴다. 또 김민덕 한섬 경영지원본부장·관리담당(부사장)은 한섬 대표이사(사장)로 승진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60년대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했다”며 “이들이 미래를 대비하고 지속경영의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종 사장(59세)과 윤기철 사장(57세), 김민덕 사장(52세)은 모두 50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百, 정지선 外 대표 전원 퇴진

현대백화점그룹이 25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형종 신임 현대백화점 대표, 윤기철 신임 현대리바트 대표, 김민덕 신임 한섬 대표.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25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형종 신임 현대백화점 대표, 윤기철 신임 현대리바트 대표, 김민덕 신임 한섬 대표.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유통업계 연말 정기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이마트가 신호탄을 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1일 이마트 정기임원인사에서 창립 26년만에 최초로 컨설턴트 출신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2014년부터 6년간 이마트를 맡아온 대표이사가 물러나기도 했다.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이사(50세)는 전임 대표이사보다 12살 어리다.

롯데그룹도 12월 중순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부 비즈니스유닛(BU)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세대교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는 만 50세에 불과하다. [사진 이마트]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는 만 50세에 불과하다. [사진 이마트]

이처럼 주요 유통기업이 세대교체에 집중하는 건 온라인 전자상거래(e-commerce)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쿠팡·티몬 등 온라인 유통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대형마트(할인점)·백화점 등 주요 유통 기업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사업재편·구조조정·할인공세 등으로 군살을 빼고 있지만 결국 온라인으로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려면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 온라인(online) 세대를 공략할 방법을 찾으려면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2월 중순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중앙포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2월 중순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중앙포토]

60代 대표 자리 50代 꿰차 

현대백화점이 이날 발표한 사장단 인사도 맥락이 비슷하다. 전통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과감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유지하는 인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현재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 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세 명의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중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제외한 2인(이동호·박동운)이 2020년 1월 1일자로 한꺼번에 물러나는 셈이다. 원래 이동호 부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 박동운 사장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 명예회장 옛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 명예회장 옛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원]

현대백화점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갑자기 퇴임하는 상황에 대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동안 50년대생 경영진의 오랜 관록·경륜을 통해 회사의 성장·안정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경영 트렌드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장단 인사의 목적이 세대교체라는 뜻이다. 이동호 부회장은 만 63세, 박동운 사장과 김화응 사장은 각각 만 61세와 60세다.

최근 수익성 악화도 정지선 회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3분기 영업이익(777억원)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1.2%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660억원·+12.2%)과 롯데백화점(1041억원·+16.8%) 이익률이 개선한 것과 정반대다. ▶“그냥 놀러오세요”…백화점이 살아났다

경쟁사 대비 부진한 실적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김포·천호·킨텍스 점포를 축소하거나 리뉴얼하면서 감가상각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줄줄이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유통업계에 대해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9년을 기점으로 유통업계의 소비 권력이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로 이동하면서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젊은 경영진이 필요했다”며 “소비 경제의 판이 달라지면서 연말주요 유통기업 임원인사의 폭이 확대하고 세대교체 바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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