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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빛·모래 위로 손가락 움직이면 싹이 트고 꽃이 피며 예술이 돼요

중앙일보

입력

소중 학생기자단이 샌드아트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 유은정 샌드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왼쪽부터 백서정 학생모델·이은채 학생기자·유은정 샌드아티스트.

소중 학생기자단이 샌드아트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 유은정 샌드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왼쪽부터 백서정 학생모델·이은채 학생기자·유은정 샌드아티스트.

어릴 적 놀이터나 바닷가에서 이름을 적거나 하트를 그리는 등 모래를 만지며 놀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이런 모래놀이가 예술이 될 때가 있는데요. 빛과 모래를 바탕으로 명암을 주며 양손은 연필·지우개가 되어 자유롭게 드로잉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샌드아트’라고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샌드아트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 유은정 샌드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유은정 샌드아티스트.

유은정 샌드아티스트.

“샌드아트는 감정이 메말라 있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커뮤니케이션 샌드아트라고 설명하기도 하죠.” 유 작가는 얼마 전 초등학교를 방문해 특수학생들에게 수업한 얘기로 첫인사를 대신했습니다. “80분 수업 동안 한 번도 안 울더라고요. 그걸 보고 그림을 그려서 작품 활동을 할 게 아니라 그런 아이들이나 어른들을 위해 치유 도구로 샌드아트를 활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중 학생기자단도 샌드아트를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체험을 시작했습니다.

스튜디오에는 샌드아트를 할 때 필요한 모래·라이트박스·캠코더·빔프로젝터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튜디오에는 샌드아트를 할 때 필요한 모래·라이트박스·캠코더·빔프로젝터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샌드아트를 하기 위해서는 모래·라이트박스·캠코더 등이 필요합니다.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넓은 스크린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라이브 공연을 하려면 빔프로젝터도 필요하죠. 이 모든 재료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라이트박스 앞에 자리했어요. 처음 샌드아트를 체험하는 학생기자단을 위해 유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빔프로젝터를 설치해줬죠. “평소 사용하는 손을 올려놓으세요. 이 손가락이 연필과 붓, 지우개의 역할을 해요. 살짝 오므려서 물 위를 살며시 걷듯이 옆에 있는 모래를 끌고 오세요.” 유 작가의 시범을 보고 학생기자들도 따라 했습니다. 간단하게 워밍업한 후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큰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 나오는 걸 표현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엄지손가락 측면으로 그리고, 다음에는 검지손가락 측면으로 그려주세요. 손톱으로는 얇은 가지를 표현해봐요.”

나무 위에 사계절을 나타내 보겠습니다. 나뭇가지 위에 톡톡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결국엔 쌓입니다. 검지손가락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눈이 쌓이는 걸 표현하죠. 잘못하면 애벌레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다음엔 눈을 비집고 싹이 나옵니다. 손톱으로 싹을 표현하니 어느새 봄이 찾아왔죠. 다음으로 싹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걸 표현했어요. 유 작가는 이런 걸 그리려면 평소 사물을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나뭇가지가 어떻게 뻗어 나오고 거기서 어떻게 싹이 나오는지 관찰을 많이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거죠. 사진을 찍어 습작해 보는 것도 좋다고 팁을 알려줬습니다. “벚꽃을 보고 세어보니까 꽃잎이 5개더라고요. 5개를 그려주고 가운데 동그랗게 생긴 부분은 연필로 콕콕 찍으면 돼요. 샌드아트는 대부분 손으로만 그린다고 생각하는데 도구를 사용해도 괜찮아요. 고정관념을 깨트리려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연구 중이에요.”

모래로 선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니 마법처럼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래로 선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니 마법처럼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유 작가의 손놀림을 유심히 쳐다본 후 바쁘게 따라 했습니다. 빛나는 유리판 위로 모래가 흩뿌려지고, 모래로 선을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니 모양새가 갖춰집니다.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던 모래들은 어느새 아름다운 그림으로 탄생하죠. 마치 마술과 같은 작업입니다. 둘 다 처음 해보는 건데도 불구하고 제법 멋지게 따라 합니다. 유 작가도 “잘하고 있어요. 처음인데 잘하네요”라고 칭찬하며 격려했죠. 마지막으로 사람 그리기에도 도전했어요. 자기 자신을 그린다 생각하고 여자아이를 그리기로 했죠. “손도 쉽게 그리는 방법이 있어요. 아이들 손은 동그랗게 어른 손은 네모나게. 지금 아이를 그리니까 동그랗게 그려보세요. 그 후 살짝 밀어주면 엄지가 되겠죠.” 완성된 그림을 보며 자신과 닮게 그렸는지 유심히 살펴봤어요. 백서정 학생모델은 자신의 긴 생머리를 닮은 아이, 이은채 학생기자는 구불구불 웨이브가 있는 자신의 머리를 똑 닮은 아이를 그렸습니다.

백서정 학생모델은 자신의 긴 생머리를 닮은 아이(위쪽 그림), 이은채 학생기자는 구불구불한 자신의 머리를 닮은 아이를 그렸다. 처음인데도 둘 다 근사한 샌드아트를 완성했다.

백서정 학생모델은 자신의 긴 생머리를 닮은 아이(위쪽 그림), 이은채 학생기자는 구불구불한 자신의 머리를 닮은 아이를 그렸다. 처음인데도 둘 다 근사한 샌드아트를 완성했다.

샌드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모래로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방송·광고에 쓰이는 영상을 작업하고, 라이브 공연도 하죠. 강연도 나가고 누군가에게 치유가 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샌드아트는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역사가 길어요. 전기가 처음 발명됐을 때부터 빛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예술이 시작됐었대요. 본격적으로 샌드아트가 세계적으로 대중들에게 이슈가 된 건 1970년대 헝가리의 애니메이션 감독 페렌카코가 처음 모래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죠.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초반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유은정 샌드아티스트에게 샌드아트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유은정 샌드아티스트에게 샌드아트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고 있다.

샌드박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원래 애니메이션 일을 13년 정도 했어요. 하청 일을 했는데 1993년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같이 그림 작업을 했었죠. 레이아웃, 인물 그리는 과정도 직접 배웠어요. 근데 하청 일을 하다 보니까 내 작품이 아닌 거예요.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날, 유튜브를 통해 샌드아트를 보게 됐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모래로 표현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독학했어요. 그때가 2011년도였죠. 혼자 배우는 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이들도 모래놀이를 좋아하잖아요. 진짜 모래 자체가 편안함을 줘요. 또 내가 손을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이런 것도 나오고 저런 것도 나오고 신기했죠.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궁금해요.
먼저 주제를 선정하고 거기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해요. 그 후 컷 구성을 하죠. 컷이 뭐냐면 그림이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내용이 바뀔 때 나뉘는 것을 구분하는 거예요.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스케치 구상을 해요. 컷을 구분한 내용들을 그림으로 다 재현해야 돼요. 그 후 모래로 직접 그려보고 동영상을 찍어 편집하죠.

유은정 샌드아티스트.

유은정 샌드아티스트.

어떤 모래를 사용하나요.
사막모래도 사용하는데 저만의 모래를 따로 찾았어요. 제가 독학할 때 보고 배운 분이 있는데 러시아분이었어요. 그분의 그림은 그가 사용하는 모래가 아니면 흉내 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모래를 찾아 전국을 다녔는데 똑같은 모래가 없는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아이가 페트병에 모래를 담아서 가지고 오는 걸 봤는데 제가 찾던 모래랑 비슷했죠. 그 모래로 그림을 그려보니 제가 하려던 그림과 똑같이 나오는 거예요. 어디에서 구했냐고 물어보고 당장 모래를 구하러 갔어요. 전 운이 좋은 케이스였죠. 사막모래가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면 이 모래는 회화적인 느낌이 들어요. 표현하는 느낌이 전혀 다르죠. 저한테는 이 모래가 보물이에요. 색모래도 직접 제조해서 쓰는데 전체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석양 하늘을 표현할 때 살짝 쓴다던가 포인트로 쓰면 예뻐요. 색모래는 빛 위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죠.

샌드아트를 전문적으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샌드아트가 처음 국내에 도입되었을 때는 마땅히 배울 곳이 없었어요. 독학으로 시작한 작가들이 많았죠. 그들이 아카데미를 만들고 관련 기관도 생겨서 지금은 손쉽게 배울 수 있어요. 샌드아트 강사가 될 수 있는 민간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민간자격증을 딴 작가들이 저한테 다시 그림을 배우러 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전 아카데미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렇게 배우고 간 작가들이 저한테 배웠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아카데미처럼 양성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해요. 잘하는 사람을 선출해서 잘 가르치고 그분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앞으로 재능기부라던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고 이런 일들로 샌드아트가 더 많이 알려지는 게 목표예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백서정(경기도 모현중 1) 학생모델·이은채(경기도 명당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손가락만 사용해서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검지손가락을 다섯 번만 움직이면 예쁜 벚꽃 한 송이가 피어나고 뿌려진 모래를 스윽 문지르면 손가락이 그려지는 게 대단한 경험이었죠. 평소 쉽게 보이는 흔한 모래를 아트에 활용한 것이 독창적이고 새롭게 느껴졌어요. 또, 손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도 너무 좋아서 모래를 계속 만지게 됐죠. 취재 전날 작가님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하고 직접 그리신 작품을 감상하기도 했어요. 덕분에 이번 취재가 더 기대되고 즐거웠던 것 같아요.    백서정(경기도 모현중 1) 학생모델

텔레비전이나 핸드폰 영상으로 보던 샌드아트를 직접 해보게 되다니 정말 기대가 되었어요. 작가님께서 특별히 사용하는 모래 이야기도 듣게 되어서 신기했죠. 작가님의 위대한 작품이 옆집 아이가 준 모래에서부터 시작되었다니…. 모래의 느낌이 아주 고왔고 부드러웠어요. 또 샌드아트가 마음을 치유해준다고 하셨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그 느낌을 알 것 같았어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체험하면 체험할수록 샌드아트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았죠.    이은채(경기도 명당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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