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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이혼도 결혼의 과정이라면, 스칼렛 요한슨의 결혼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결혼 이야기   [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넷플릭스]

이혼도 어쩌면 사랑의 과정이 될 수 있을까. 11월 21일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노아 바움백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 시사회를 보며 든 생각이다. 영화는 한 부부의 이혼 과정을 실감나게, 그러나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연출도 그렇지만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의 섬세하면서도 신들린 연기 덕분에도 무한 몰입된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배우들의 표정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는 영화관에서 보길 추천한다. 극장을 놓친다면 집에서 가장 큰 모니터로 보시길. 11월 27일 전국 5개관에서 극장 개봉, 12월 6일부터는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결혼이나 이혼을 직간접 경험해봤다면
사랑 때문에 나를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다면

결혼 이야기 [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넷플릭스]

천재적인 연극 연출가 찰리(애덤 드라이버)와 그의 극을 완성하는 배우 니콜(스칼렛 요한슨) 부부. 귀여운 아들 헨리까지 둔 이들은 언뜻 보기엔 이혼 사유가 하나도 없는 부부다.

예고편에서도 살짝 나오듯, 영화의 시작은 파트너에 대한 찬사로 시작한다. 결혼 생활의 현실, 파트너에 대한 사랑과 일상에서의 난감함 등이 위트있게 표현된다. 요약하자면 사소한 단점이 있지만 둘 다 멋진 사람이고 훌륭한 부모다. 둘 다 승부욕이 강하다는 공통점도 있고.

반전은 이들이 이혼을 준비하는 부부라는 것.

사랑할 땐 장점이지만 같이 살 땐 단점이 될 수 있다. 같이 살 땐 그저 하나의 특성일뿐이었지만 이혼하는 과정에선 그것이 치명상을 주기도 한다.

둘 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고, 이혼을 하더라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바뀐다. 둘 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속으론 상처 없이 잘 헤어지고 싶었을지언정 게임에선 이겨야 했던 것이다.

처음엔 알 수 없었던 이혼 사유도 변호사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부부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대는 서로가 아닌 돈을 주고 수임한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진심을 털어놓고 들어주는 사이였다면 이혼까지 가지 않았겠지만.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이혼 당사자는 침묵한다. 대화와 협상은 변호사가 맡는 법이니까.

법정에선 누구나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혼 과정도 그렇다. 상대의 사소한 실수도 법정에선 결정적인 귀책사유로 거론되고, 한 사람의 인격이나 능력도 변호인의 입을 통해 무참히 폄훼된다.

이렇게 법적 다툼에선 막장으로 달려가지만, 법원 밖에서까지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처럼 막 갈 수는 없다. 아이가 있으니까. 둘 다 아이에겐 좋은 부모이고 싶고, 잘 키우고 싶으니까.

영화는 누구 한 사람도 악당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누구든 어떤 면에선 희생자고, 어떤 면에선 나빴다. 많은 영역을 공유하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게 상처 입히기 쉬운 법이니까. 그런 게 사랑과 관계의 양면성이니까. 어떤 지점에선 니콜에게, 어떤 부분에선 찰리에게 공감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별거중이지만 애는 재워야.... [넷플릭스]

별거중이지만 애는 재워야.... [넷플릭스]

결혼식으로 결혼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결혼은 한 인생과 한 인생이 온전히 엮이는 일의 시작일 뿐이듯, 이혼도 결혼생활의 완전한 종결은 아니다. 결혼이 끝나도 가족은 이어지는 법이고, 니콜과 찰리의 경우엔 사랑도 끝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제목이 '이혼 이야기'가 아니고 '결혼 이야기'라는 데 주목하자.

영화는 니콜과 찰리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가족이자 동료로 엮인 관계에서 독립적인 개인으로 다시 분리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다. 진짜 사랑이란 온전히 독립적인 개인과 개인이어야만 쟁취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이별을 잘 한 뒤에 비로소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지도 모른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 작품을 "스릴러, 법정물, 로맨틱 코미디, 스크루볼 코미디(코미디+멜로드라마), 비극적 러브 스토리이면서 뮤지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정의한 이 작품의 장르는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 같다. 인생도 여러가지 장르가 뒤섞인 복합장르이니까.

조금은 긴 러닝타임(137분)이지만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그 시간 동안 영화가 아니라 진짜 인생을 본 것같다.

혹시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잘 우는 편이라면 손수건이나 티슈를 준비하시길.


제목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
출연   스칼렛 요한슨,  애덤 드라이버,  로라 던,  알란 알다,  레이 리요타
연출   노아 바움백
방영   2019
등급   15세관람가
평점   로튼토마토 98%  IMDb 8.3  에디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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