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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곳인데도 손님 줄선 보리굴비집, 그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24)

얼마 전 이천 지산리조트 앞에서 20여년 동안 보리굴비 정식을 파는 지인의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유동인구도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있고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대기가 이어져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한 시간 정도 머물며 식사를 하는 동안 그 성공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주인이자 요리연구가인 사장이 항상 식당을 20여년 동안 지키고 있으면서 새벽부터 모든 반찬을 손수 만들고 식사를 하는 동안 불편함은 없는지, 간은 맞는지 쉴 새 없이 반응을 살피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격대비 너무 많은 반찬과 가성비 높은 음식이 나오기에 “이렇게 해서 수지를 맞출 수 있나요, 원가는 어느 정도 나오나요” 등의 질문을 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님이 있어야 원가가 있는 거 아닐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동인구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있는 보리굴비 식당에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한시간 정도 머물며 식사를 하는 동안 그 성공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중앙포토]

유동인구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있는 보리굴비 식당에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한시간 정도 머물며 식사를 하는 동안 그 성공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중앙포토]

또 사장은 카운터 입구에 설치된 반찬도 팔고 있었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는 쌀과자 등 주전부리를 통 크게 듬뿍듬뿍 담아서 무료로 건네기도 했다. 본인 얘기대로 경영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이론을 체계화 한 적도 없지만, 고객이 존재해야 그다음에 이익이 따라온다는 신념을 갖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객 중심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 E 테마파크 식음 부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테마파크의 특성상 어린이 고객을 동반한 가족객 방문이 많아 항상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등의 메뉴개발이 중요한 일이었는데 원가를 먼저 산정하고 판매가를 정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예를 들면 돈가스 하나를 만드는 데 직접 재료비가 2100원이 들면, 판매가는 원가가 30%가 나오게 의례적으로 7000원을 정해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판매가격 결정방식은 실제 이용하는 고객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신메뉴를 개발하면 연간 이용객 중 메뉴 타깃에 맞는 고객을 초대해 시식하게 하고, 본인이 먹은 돈가스를 얼마에 사 먹을 수 있는지 희망가격 혹은 지급 의사 가격을 적어서 봉투에 넣어 제출하게 했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5000원대부터 8000원대까지 다양한 평가가격이 나온다. 통계 범위 안에 들어오는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하고, 그다음에 투입되는 식재료비를 맞추어 보았을 때 최소한의 이윤구조가 나오지 않는 메뉴는 가감하게 판매 채택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메뉴는 고객의 만족을 시키지 않으면서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최악의 메뉴가 되기 때문이다.

식당을 차리면 제일 먼저 문을 닫는 순서가 주방장 출신, 재무, 경리 출신이라는 말이 있듯 메뉴에 대한 판매가를 정할 때 너무 원가 중심의 판매가를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이든 식당이든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존재하는 구조에선 고객 중심의 판매가격을 우선으로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원가를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고객을 많이 유입하게 하여 매출을 최고치로 상승시키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사진 pxhere]

원가를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고객을 많이 유입하게 하여 매출을 최고치로 상승시키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사진 pxhere]

물론 이익을 내어야 기업이 존속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몰두한 판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가 없다. 20여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현장에 나와 고객에게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내고 대접했기에 차도 다니기 힘든 외진 곳에 있는 그 보리 굴비집은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원가는 철저하게 분석해 잘 맞추어 놓았는데 정작 손님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예전에 샤부샤부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세팅하는 컨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점주들을 만나면 열이면 열 모두 똑같은 질문을 한결같이 한 것이 “원가는 몇 프로입니까”였다. 외식업에서 원가는 인건비, 임대료 등 매출과 관계없이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고정비와 식재료비, 수도광열비, 아르바이트비 등 매출에 연동해서 변하는 변동비가 있다. 고정비든 변동비든 경영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원가를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예측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고객을 많이 유입하게 하여 매출을 최고치로 상승시키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업의 본질인 메인 상품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다.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고객의 만족도를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식재료비 30%, 인건비 22% 하는 고정된 생각으로 식당을 경영하면 백전백패한다.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충분히 음식에 사용하고 차별화된 맛을 유지하면 손님이 안 올래야 안 올 수 없다. 당연히 재료비는 30%를 넘어선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합해 52% 사용한 식당이 있다면 재료비 37%, 인건비 15%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식재료 투입원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주방장 출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매일 숫자만 따지던 경리, 회계 출신이 식당을 해서 성공하기 힘든 것도 같은 이치다. [사진 pixabay]

식재료 투입원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주방장 출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매일 숫자만 따지던 경리, 회계 출신이 식당을 해서 성공하기 힘든 것도 같은 이치다. [사진 pixabay]

전체 원가는 동일하지만 5% 이상 더 투입된 재료비로 인해 식사의 질은 높아질 것이고, 그것이 바로 고객 만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몇 퍼센트를 남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를 벌었느냐가 중요하다. 즉, 이익률 중심이 아닌 이익금 중심으로 경영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식재료 투입원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주방장 출신이 식당을 차리면 별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매일 숫자만 따지던 경리, 회계 출신이 식당을 해서 성공하기가 힘든 것도 같은 이치다. 외식업은 고객이 존재해야만 존속할 수 있는 감성산업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장부만 쳐다본다고 성공할 수가 없다. 머리로 따지기 전에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서야 한다. 진심으로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면 결국 고객이 먼저 알고 찾아온다.

중국 속담에 酒香不伯 巷子深(주어쌍 부파 쌍즈 썬) 즉, 술향기가 깊으면 골목 끝에 있어도 두렵지 아니하다는 격언이 있다. 외식업에 있어서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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