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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ㆍ반미 감정 국내 정치 활용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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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감정과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로 끌어들이지 말자.

대미 외교와 대일 외교의 해법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주문이다. 국내 정치적 계산 때문에 대미, 대일 외교 정책을 결정할 경우 외교 정책의 손발이 묶이며 향후 국가 이익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외교안보 전문가 21명 긴급 설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의회ㆍ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한국이 민주주의, 시장 경제, 법의 지배, 인권 존중 등 가치관을 미국과 공유한다는 사실을 미국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에 대한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한ㆍ미동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일각에서 동맹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최소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한국의 입장을 반영할 길이 열려야 한다는 뜻이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일본 나고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 회담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아시아 안보 전략, 한ㆍ미ㆍ일 협력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이 그린 3국 협력의 틀을 깰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은 “미국과의 협의가 없는 한국의 독자적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인휘 교수는 “남북 관계와 한ㆍ미 관계를 절대로 교환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외교 정책을 대북 정책에 종속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를 허용하지 말자”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중거리 미사일이 한반도에 배치되면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러의 대립이 거세진다”고 전망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 방위상(왼쪽부터)이 지난 17일 (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 방위상(왼쪽부터)이 지난 17일 (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대일외교에선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하자”(김성한 원장)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영준 교수도 “역사ㆍ영토와 안보ㆍ경제 협력을 두 개의 트랙으로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권 교수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학문적 평가 후 정치적 결단’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ㆍ일 정상회담에 대한 목소리도 컸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한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현안을 담판 짓자”며 “정상 외 누구도 한ㆍ일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도 “셔틀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3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만난 뒤 “서로 (정상) 회담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시각)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4일(현지시각)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을 가급적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화이트리스트 배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검토 등 최근 양국 간 갈등의 근원으로 꼽힌다. 양기호 교수와 이원덕 교수 등 일본 전문가들도 신 전 대사와 같은 의견이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우선주의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희 원장은 “‘죽창가’ 등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는 불필요한 자극과 갈등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석좌교수도 “한ㆍ일 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환 회장은 “동일본 대지진 등 일본의 약점을 정부가 공격하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매 운동에도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왕을 직접 겨냥한 비난을 삼가자”(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는 제언도 있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이철재ㆍ이유정 기자 seajay@joongang.co.kr

<설문에 응한 전문가(가나다순)>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박영준 국방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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