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잇 고’ 없어도…엘사의 마법은 강력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9.11.25 00:03

업데이트 2019.11.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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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렌델 왕국의 서사시로 확장한 ‘겨울왕국 2’는 한뼘 성숙한 엘사·안나 자매의 활약 속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렌델 왕국의 서사시로 확장한 ‘겨울왕국 2’는 한뼘 성숙한 엘사·안나 자매의 활약 속에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 자매의 마법은 역시 강력했다. 21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가 토요일인 23일 하루에만 166만 넘는(166만 1965명) 관객을 모았다. 지난 4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세운 하루 관객 최다 기록(166만 2469명)과 엇비슷하다.

‘겨울왕국2’ 어벤져스급 흥행
1편 안 봤던 유아들도 극장으로
주제가는 1편보단 덜 매력적
드레스 대신 바지 차림도 눈길

이런 흥행은 5년 전 1편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영화에 등극한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초반 흥행 속도는 훨씬 압도적이다. 2편은 24일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편보다 열흘 이상 빠르다.

테마 체험공간 ‘썸머하우스’의 마법 눈사람 올라프 모형.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테마 체험공간 ‘썸머하우스’의 마법 눈사람 올라프 모형.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개봉 당시 1편을 보지 않은 새로운 관객의 유입도 두드러진다. 5세 딸을 둔 이다정(36)씨는 “키즈 유튜버들이 ‘겨울왕국’ 코스튬, 장난감 놀이를 많이 하고 키즈카페에도 관련 캐릭터가 있으니 아이가 서너 살 때부터 자연히 관심을 갖더라”고 했다. 6세 딸을 둔 서희(35)씨는 “왕자 없이 자매 둘이 전면에 나서는 점이 보기 좋다”며 “‘뽀로로’는 (여자 캐릭터) 루피가 맨날 음식 만들고 수동적이어서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CGV가 개봉 첫날 예매 관객을 분석한 결과, 혼자(16.33%)보단 둘(51.37%)이나 셋(32.29%)이 보는 관객이 많았다. 성별은 여성이 더 많았고(69.63%) 연령별로는 20대(37.15%)·30대(25.14%) 순이다.

1편에서 아렌델의 왕위를 계승한 엘사(이디나 멘젤, 이하 목소리 출연)와 동생 안나(크리스틴 벨) 공주는 2편에서 다시 모험을 떠난다. 전편이 마법이 갈라놓은 공주 자매의 성장담이라면, 이번엔 왕국의 역사까지 거슬러가는 대서사시의 성격이 강해졌다.

특히 엘사가 파도에 맞서는 장면에서는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레깅스를 닮은 하의 차림인 모습이 눈에 띈다. 망토 같은 웃옷 아래 바지를 입은 장면도 나온다. 역대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에서 바지를 입은 주인공은 ‘알라딘’(1992)의 자스민과 ‘뮬란’(1998) 정도였다. “모든 공주는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대표한다. 이 두 여성은 자랑스럽게도 왕국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고 그렇게 하기에 딱 맞는 옷을 입었다.” ‘겨울왕국’ 1·2편의 공동 각본·연출을 맡은 제니퍼 리 감독은 지난 7일 미국 LA타임스에 이렇게 밝혔다.

영화에 맞춰 출시된 각종 캐릭터 상품. [사진 홈플러스]

영화에 맞춰 출시된 각종 캐릭터 상품. [사진 홈플러스]

예고된 흥행과 함께 관련 상품의 출시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디즈니 코리아에 따르면 2편 개봉에 맞춰 70여개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상품만 1000여 종.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1편 때 아동복 브랜드 한곳에서 판매가 기준 5억원 내외로 출시했던 관련 상품이 이번엔 총 61종, 70억 원대로 늘었다. 이랜드 계열 SPAO가 출시한 관련 패션 상품까지 더하면 도합 120억원 규모로, 1편 때의 24배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할로윈 시즌에 이어 어린이집·유치원에서 2편 단체관람할 때 엘사 코스튬을 입으려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맘카페·블로그·인스타그램 등에 구매처 문의가 많이 올라온다. 개봉 전주 아동복 브랜드에서 출시한 2편 코스튬이 개봉 당일엔 이미 총 수량의 66%가 팔려나갔다”고 했다.

영화 캐릭터 상품 전문매장 CGV 씨네샵은 지난 20일부터 관련 제품 35종을 선보여 사흘간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1790% 급증했다. 씨네샵에 따르면 최고 인기 품목은 노래하는 엘사 인형. 그 뒤를 캐릭터별 소형 봉제 인형, 아동용 손목시계 등이 따랐다.

주요 캐릭터 인형. [사진 CGV 씨네샵]

주요 캐릭터 인형. [사진 CGV 씨네샵]

지난 7일 서울 삼청동과 이태원에 문을 올라프 테마 체험 공간도 개봉 전 이미 2만 명 가까이 다녀갔다. 마법 눈사람 올라프는 2편에서도 톡톡히 활약한다. 개봉 전인 19일 삼청동 체험 공간에서 만난 20대 김지수·민수 자매는 “1편 캐릭터가 개성 있고 삽입곡이 좋아 3D·4D·일반상영 등 대여섯 번 재관람했고, 2편도 챙겨볼 것”이라 말했다. CJ CGV는 22일 “관람객 사이에서 벌써 4DX 싱어롱 상영 요청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1편보다 저조하다. 엘사의 주제가 ‘숨겨진 세상’과 안나의 연인 크리스토프(조나단 그로프)가 부르는 1980년대 파워 발라드풍 솔로곡 ‘로스트 인 우즈’도 1편의 ‘렛 잇 고’만큼 압도적인 감흥을 주진 못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결코 놀라움을 주진 않지만, 그림 같은 상상력의 폭발이 계속해서 몰입하게 한다”면서 “엘사와 안나는 이번에도 운명이 닥쳐오길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다”고 주체적인 캐릭터를 지지했다.

첫 주말 2500개 넘는 스크린, 전국 극장가 좌석 수 70% 이상을 점령한 흥행 속도전에 우려도 나온다. 22일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는 긴급회견을 열고 “‘겨울왕국 2’가 좋은 영화지만, 단기간 내 스크린을 독과점해 다른 영화에 피해 주면서 그렇게 빨리 매출을 올려야겠냐”며 “스크린 독과점은 특정 영화, 배급사 문제가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다. 그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제도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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