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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백내장 수술 때 다초점 렌즈 넣으면 시력 개선, 노안 교정 한꺼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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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만족도 높이는 렌즈 선택 백내장 수술은 ‘치료’와 ‘교정’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생활 방식이나 취미·직업 등에 맞춰 적합한 렌즈를 선택하면 백내장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백내장 수술에 활용되는 렌즈는 10가지가 넘는다. 최근에는 양쪽 눈에 다른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을 통해 시력의 질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너무 흔해 소홀하기 쉬운 백내장 수술·렌즈 정보를 모았다.

백내장은 눈에서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맡는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병이다. 나이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해 60대는 전체의 70%, 70대 이상은 90%가 백내장을 앓는다. 렌즈에 얼룩·흠집이 생기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없듯, 백내장이 오면 사물이 흐려 보이고 시력이 떨어진다. 아직 백내장을 완벽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줄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새로운 렌즈(인공수정체)로 바꾸는 수술을 해야 한다.

"연속초점 렌즈 성능 우수 #양쪽 눈에 다른 렌즈 끼면 #시력 보완 효과는 가장 커"

혼탁해진 수정체를 렌즈로 교체

백내장 수술의 만족도는 렌즈 선택에 좌우된다. 원래 있던 수정체와 달리 수술로 삽입하는 렌즈는 초점이 자동 조절되지 않는다. 렌즈 종류에 따라 먼 거리, 중간 거리, 가까운 거리 등 잘 보이는 거리가 정해져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권영아 교수는 “삽입한 렌즈는

2주가량 지나면 눈 조직과 결합해 재수술 시 유리체 출혈·망막박리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합병증이 없는 한 렌즈를 제거하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내장 수술에 쓰는 렌즈는 크게 초점이 한 개인 ‘단초점’과 초점이 여러 개인 ‘다초점’으로 나뉜다. 단초점은 먼 곳이나 가까운 곳 둘 중 하나만 잘 보인다. 수술 후에는 근시·노안이 생겨 안경을 써야만 한다. 하지만 초점을 만들 때 빛을 한 곳에만 집중시켜 시야가 선명하고 빛 번짐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권 교수는 “외부 활동이 적고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며 “평소 안경을 쓰는 데 불편함이 없던 사람도 특정 거리를 확실히 볼 수 있는 단초점 렌즈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초점 렌즈는 멀거나 가까운 곳을 모두 볼 수 있게 제작된 렌즈다. 눈에 들어온 빛을 여러 갈래로 분산시켜 두 개 이상의 초점을 만들어낸다. 빛을 초점마다 나눠 사용해 단초점보다 시야가 어둡고 빛 번짐도 있지만 안경을 쓰는 불편함이 없어 선호하는 환자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정태영 교수는 “백내장이 시작되는 중년 이후는 노안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다초점 렌즈를 통해 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초점 렌즈는 잘 보이는 거리에 따라 이중·삼중·연속 초점으로 구분된다. 이중 초점은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 두 곳에 초점을 둔 렌즈다. 특히 가까운 거리의 초점이 30㎝, 40㎝, 50㎝로 세분돼 글을 많이 읽거나 화장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 알맞다. 학업·시험에 집중해야 하는 20~30대 젊은 백내장 환자에게도 추천된다. 하지만 손이 닿는 거리 정도의 중간 거리(60~80㎝)의 초점이 안 맞는 만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아가 초점을 개량한 새로운 렌즈가 다수 등장하면서 단독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집안일 할 땐 삼중초점 렌즈 편리

삼중·연속초점 렌즈는 가까운 거리, 먼 거리와 더불어 중간 거리 시야까지 책임진다. 중간 거리는 보통 팔 길이를 말하는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 운전 시 내비게이션까지의 거리 정도다. 권 교수는 “사회활동이 왕성하고 문서 작업을 많이 하는 사무직, 골프 등 운동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까지 두루 찾는다”며 “특히 연속초점 렌즈는 현재 백내장 수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렌즈”라고 말했다.

 삼중초점은 이름처럼 초점이 거리에 따라 세 곳, 연속초점은 거리에 무관하게 초점이 두루 맺히는 렌즈다. 연속초점 렌즈는 거리에 따른 초점의 공백이 없고 빛 번짐 현상도 삼중초점보다 덜하다. 활동량이 많거나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아 집중력이 요구되는 독서·문서 작성 시 돋보기를 써야 할 수 있다. 삼중초점은 TV 시청이 잦고 바느질·청소 등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에게 권할 만하지만 거리에 따라 사물이 흐려 보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존의 한계를 보완한 렌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연속초점 렌즈의 경우, 종전에 회절 방식이 아닌 굴절 방식이 적용된 제품은 가까운 거리도 비교적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고 야간 빛 번짐 현상도 더욱 줄였다. 하지만 이런 렌즈 역시 동공 크기나 시야의 축에 따라 수술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출시된 어떤 렌즈도 모든 환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렌즈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은 의사의 ‘손’이다. 양쪽 눈에 각각 다른 렌즈를 삽입하는 ‘믹스 앤 매치(mix & match)’ 수술법이 대표적이다. 한쪽 눈에는 먼 거리가 잘 보이는 연속초점 렌즈를, 반대쪽에는 가까운 거리와 중간 거리가 잘 보이는 이중·삼중초점 렌즈를 넣는 식이다. 정 교수는 “다양한 초점 거리의 렌즈를 섞어 쓰면 시력의 약점을 보완하고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뇌는 양쪽 눈의 자극을 하나로 합쳐 인지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좌우 시력 차이를 느끼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런 수술법이 모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시각이 예민한 사람은 눈마다 다른 초점과 빛 번짐의 차이를 거슬려 할 수 있다. 화가·조각가처럼 입체감이 요구되는 직업군도 양쪽에 동일한 렌즈를 삽입하는 것이 좋다. 권 교수는 “의사의 경험이 풍부할수록 환자에게 적합한 렌즈, 수술법을 권유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이를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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