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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이유 없이 수시로 붉어지는 얼굴, 맘대로 연고 바르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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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안면홍조 벗어나려면

스테로이드제 연고 역효과 위험 #감정·자외선·약물 등 원인 다양 #검사받고 맞춤형 치료법 찾아야

직장인 김모(43·여)씨는 얼굴이 곧잘 붉어지는 게 콤플렉스다. 말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 집중할 때 얼굴과 목이 수시로 붉어지곤 한다. ‘술 마셨냐’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에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가장 불편한 건 밤에 얼굴이 화끈거려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안면홍조증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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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안면홍조증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안면홍조증은 피부 혈관이 확장돼 혈류가 증가하면서 피부에 홍반과 온열감이 유발되는 현상이다. 얼굴이 다른 사람보다 쉽게, 심하게 붉어지고 그 상태가 오래간다. 때때로 목이나 상체에도 열감이 느껴지면서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다.

 피부에 있는 혈관은 자율신경의 영향으로 늘어나거나 오므라드는 것을 반복한다. 혈관이 늘어나면 혈액이 많이 흘러 피부가 붉어지고, 반대로 혈관이 오므라들면 혈류량이 줄면서 피부가 창백해진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나 추운 날씨에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혈관이 늘어난다”며 “얼굴의 양 볼은 다른 부위보다 혈관 분포가 많고 잘 비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붉어진다”고 말했다.

안면홍조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감정적인 변화다. 보통 긴장·당황하거나 화가 났을 때 안면부에 홍조가 나타나고 땀이 나며 혈관 확장증이 동반된다. 다른 증상이 없다면 단순한 생리적 홍조 반응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도 원인일 수 있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피부의 혈관을 싸고 있는 탄력 섬유가 영구히 손상돼 안면홍조증이 생길 수 있다. 여성호르몬도 안면홍조 발생에 영향을 준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폐경기 홍조가 대표적이다. 50대 이상 폐경기 여성의 60% 이상이 안면홍조를 경험한다. 조기 폐경이 왔거나 난소 제거 수술을 한 경우 더 이른 시기에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방치하면 염증성 질환 ‘주사’로 악화

복용하는 약도 원인 중 하나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는 “혈관 확장제, 칼슘 통로 차단제 등 고혈압약, 니코틴산 등 고지혈증약,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등은 혈관 확장을 유발해 홍조를 일으킨다”고 했다. 먹는 음식과도 관련이 있다. 맵거나 신 음식 혹은 아질산염·아황산염과 같은 식품첨가물, 알코올이나 치즈 같은 발효 식품은 안면홍조를 잘 유발한다.

 문제는 방치할 때다. 안면홍조증이 반복되면 주사로 이어질 수 있다. 주사는 코 주변부나 뺨, 턱, 이마처럼 얼굴의 돌출 부위에 홍조·홍반·구진·고름 등이 지속해서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노 교수는 “어떤 원인으로든 안면홍조가 지속해서 나타나면 주사로 진행될 수 있고 심한 홍조 증세는 눈이 붉어지는 안 주사와 관련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일상·사회 생활에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며 우울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혹 안면홍조를 단순 피부 질환으로 생각해 임의로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대처다. 한 교수는 “오랫동안 얼굴에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 밑 혈관이 더 늘어나 영구적인 안면홍조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면홍조증은 유발 원인을 따져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폐경기 홍조는 에스트로겐 감소가 원인이므로 단기간 호르몬 치료를 하면 증상이 대부분 좋아진다. 안면홍조로 인한 수면장애도 호전될 수 있다. 약물로 생긴 안면홍조는 주치의와 상의해 원인이 되는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

레이저 치료, 늘어난 혈관 개선에 도움

감정 변화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해 홍조가 나타나거나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항우울제를 쓰기도 한다. 낮은 용량의 항우울제는 피부 혈관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르는 혈관 수축제나 혈관 레이저 치료법도 널리 쓰인다. 혈관 레이저는 혈관에만 작용하는 단일 파장을 가진 레이저 장치다. 한 교수는 “혈관 레이저 치료는 증상의 부위·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번에 20~30분씩 3~4주 간격으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안면홍조를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도 최대한 조절해야 한다. 얼굴 피부의 온도를 올리고 혈관을 늘리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평소 자외선 A·B에 모두 작용하는 복합 차단제를 꼼꼼히 바른다. 겨울철엔 찬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면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외출할 때 마스크나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막도록 한다. 노 교수는 “사우나·반신욕·족욕 등 뜨거운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맵고 뜨거운 음식 섭취를 자제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피부 장벽에 손상이 있으면 홍조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평소에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고 자극적인 세안과 각질제거제 사용은 피하는 게 좋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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