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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피워 본 사람, 우울증상 있을 확률 1.7배 높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자담배를 피워 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증상의 위험이 두 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흡연과 정신건강이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는 결과는 여러 논문에서 밝혀진 바 있지만 국내에서 전자담배와 우울 증상과의 상관성을 조사한 건 처음이다.

전자담배를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증상이 있을 확률이 1.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전자담배를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증상이 있을 확률이 1.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중앙보훈병원 문나연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전자담배 흡연 경험과 우울 증상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자담배 경험자가 비경험자보다 우울 증상이 있을 위험도가 1.71배 높았다고 24일 밝혔다.

중앙보훈병원 교수팀, 전자담배 경험과 우울증상 상관성 밝혀

교수팀은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했던 8150명 가운데 전자담배 흡연 항목과 우울증 선별도구 항목의 설문에 응답한 5742명을 분석 대상자로 선정했다. 우울증의 경우 선별도구(PHQ-9) 9문항의 점수 합계가 10점 이상일 때 ‘우울 증상이 있다’고 정의했고, ‘지금까지 전자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습니까’에 대한 답변에 따라 전자담배 흡연 경험군을 선정했다.

대상자들의 특성을 보면 연령대는 50세 미만(57.2%)과 이상(42.8%)인 경우가 절반가량씩 해당했다. 남성(49.4%)과 여성(50.6%)의 비율도 비슷했다.

전자담배를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증상이 있을 확률이 1.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전자담배를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 증상이 있을 확률이 1.7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분석 결과 5742명 중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는 5.6%(354명)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 전자담배를 피워본 비율은 15.6%였다. 우울 증상이 없는 군의 전자담배 경험 비율(8.6%)보다 약 두 배 높았다.

성별과 나이, 교육수준, 비만 유병 여부, 일반담배 흡연경험 유무 등 우울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을 보정했더니 전자담배 흡연 경험군에서 우울 증상이 있을 위험도가 전자담배 비경험군보다 1.71배 높게 나타났다는 게 교수팀의 설명이다. 다만 전자담배 경험이 우울 증상의 위험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진 못했다.

앞서 해외에선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 성분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유발하거나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온 바 있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연구팀은 유럽인 46만2690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우울증 위험이 두 배 높았다고 발표하면서 니코틴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하는 도파민 분비를 저하시키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교수팀은 “최근 흡연자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자담배 사용이 우울 증상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됐지만, 일반적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성인에서 전자담배 흡연 경험이 우울 증상과 관련성이 있다고 밝힌 첫 번째 연구로 1차 의료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인구는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상 남성의 최근 한 달간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는 비율은 7.1%로 기록됐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에만 해도 2.0%였는데 2016년 4.2%에서 2017년 4.4%, 지난해 7.1%까지 꾸준히 증가세다.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교수팀은 “몇몇 연구에서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에 비해 니코틴 함량이 낮고 독성물질의 농도도 훨씬 낮다고 발표했지만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상이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전자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결론을 내릴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되자 정부는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등 규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조만간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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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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