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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나가사키 원폭투하지서 연설…반핵 메시지 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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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일본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지인 니시자카 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일본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지인 니시자카 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평화와 안정은 핵무기 보유로는 바랄 수 없다.”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오전 태평양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가사키(長崎)를 찾아 반핵 메시지를 냈다. 교황의 방일은 38년만이다.

24일 나가사키·히로시마 잇따라 방문 #"다자주의 쇠퇴 목도…전세계 리더 움직여야" #나가사키 야구장서 3만명 규모 미사 집전

NHK에 따르면 전날밤 일본에 도착한 교황은 이날 아침 특별기를 이용, 오전 9시30분쯤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해 첫 방일 일정에 들어갔다. 교황은 이날 나가사키에 이어 또 다른 원폭지인 히로시마(広島)도 방문한다.

교황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중심지에 세워진 니시자카(西坂)공원에서 연설했다. 교황은 원폭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피해를 떠올리며 “사람들이 마음 속 가장 깊이 바라는 것 중 하나가 평화와 안정”이라며 “하지만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선 이런 바람에 응할 수 가 없다. 그렇기는커녕 우리들을 끊임없이 시련에 빠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은 지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된 세계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구하고 있다”며 “그 발밑에선 공포나 상호불신이 움트고 있어, 이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서로 대화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핵 문제를 둘러싼 '다자주의의 쇠퇴'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교황은 "우리들은 다자주의가 쇠퇴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고, 최신 무기의 기술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모든 국가의 리더가 지금 바로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몰두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황은 "핵무기와 핵개발, 그리고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상호 발전과 신뢰관계를 세우고 세계 리더들의 협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관계도 요구된다. 많은 사람의 괴로움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개항지인 나가사키는 일본 기독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에도 막부 때는 예수의 그림을 밟고 지나가도록 하는 후미에(踏み絵)를 통해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는 박해가 나가사키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교황은 이날 순교한 ‘일본 26성인’을 축원하고, 나가사키 현영(県營) 야구장에서 3만명의 신도가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이후 저녁에 다시 특별기를 타고 히로시마로 이동한다.

앞서 23일 밤 교황은 일본 사제단을 통해 “인류사에 남은 비극의 상처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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