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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전 남편 살해 사건 병합, 고유정 사형 가능성 커지나

중앙일보

입력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16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16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검찰·고유정 사건 병합 요청

다음 달 2일 고유정(36)씨의 재판에서 두 사건이 함께 다뤄진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는 고씨의 의붓아들 살해 사건과 전 남편 살해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두 사건을 함께 심리해야 고유정이 자신의 범행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며 재판부에 병합심리를 요청했다. 고씨측도 사건 병합에 동의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유족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고씨의 현 남편이자 숨진 의붓아들의 친아버지인 홍모(37)씨 측은 “사형 판결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검찰 의견대로 병합심리를 요청했다. 반면 전 남편 강모(37)씨 측은 “새로운 사건 심리가 끝날 때까지 선고를 기다리는 것은 유족에게 가혹하다”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재판부가 재판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하자 강씨의 변호인은 “우려했던 문제점은 해소됐다”며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왜

검찰은 재판부가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면 고씨에게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양형기준과 판례 등에 따르면 사형 선고는 대부분 두 명 이상 살해에 해당하는 ‘극단적 생명경시 범죄’일 때 이뤄진다.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검찰측의 병합 요청에 대해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살인 사건이 동시에 재판을 받게 되면 고씨가 저지른 살인이 더욱 계획적이고 악랄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선고를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찰이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을 주장하는 이유도 있다. 무기징역수는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모범수 중 교화가 다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심사를 거쳐 장관이 최종 승인하게 된다. 그러나 사형수는 형식상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석방 심사 대상이 아니다. 사형선고는 곧 사회로부터의 영구격리를 뜻한다.

고유정은 왜

그렇다면 고씨측은 왜 불리할 수도 있는 사건 병합을 주장할까.

법조계 전문가들은 우리 형법이 취하고 있는 가중주의를 지적한다. 가중주의란 여러 개의 범죄가 함께 처단될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 2분의 1을 가중해 처벌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을 병합해 처리하게 되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이 나오는 이유다. 주로 피고인들은 사건을 병합해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뉴시스]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서인)는 “만약 고씨에게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형이 두 개가 되면 형량은 늘어나지만 사건을 병합해 형이 한 개가 되면 가중주의에 따라 감형된다”고 설명했다. 우발범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고씨측으로서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아닌 징역형을 염두에 두고 병합요청을 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고씨측 변호인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 배경과 이번 살해의 동기가 모순됐다"며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증거가 없고 공소장에서 제시한 범행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판결은

의붓아들 살해 사건과 전 남편 살해 사건이 병합된다 하더라도 고씨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질지에 대해 법조계 시각이 분분하다.

대법원은 사형선고가 생명을 빼앗는 형벌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중학생인 딸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37)이나 2012년 경기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토막 살인한 오원춘(48)에게도 사형선고가 확정되지 않았다. 둘 다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사형선고가 확정된 마지막 수형자는 2015년 8월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해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뉴스1]

지난해 11월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법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추세”라며 “사건병합과 사형선고 가능성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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