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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가르치고 더 코칭…대학 ‘실험실서 시장으로’ 나가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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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호 06면

[2019 중앙일보 대학평가] 산학협력 앞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산학협력의 전도사’로 불린다. 인터뷰 내내 대학 개혁의 방향을 산학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산학협력의 전도사’로 불린다. 인터뷰 내내 대학 개혁의 방향을 산학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대학이 연구를 통해 찾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는 창업 등 사업화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의 원천이 된다. 기업은 대학이 제공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고, 거기서 거둔 수익을 대학에 지급(기술 이전료)한다. 벤처캐피탈(VC)은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한다.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과 창업 생태계는 이렇게 일자리를 만든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이 전국 4년제 61개대가 2018년 거둔 기술이전료 총액을 조사해보니 총 702억원이었다. 다른 4년제 대학을 모두 합해도 800억원이 안 된다. 하지만 미국 프린스턴대 한 곳이 2015년 거둔 기술이전료는 1560억원이다.

르노삼성 등 42개 기업과 연계 수업 #유급으로 현장실습, 직무능력 키워 #연구 결과 사업화 통해 수입도 올려 #초연결·초지능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산업체와 협력해야 살아남아 #창의력·협업·소통력 갖춘 인재 육성

김우승(62) 한양대 총장은 “프린스턴대가 보유한 생명과학과 연결된 4개의 지식재산권이 기술이전료의 대부분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대 화학과 고(故) 테일러 교수는 1984년부터 릴리(Lilly)라는 제약회사와 산학협력을 맺고 자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폐암 치료 약인 알림타(Alimta)를 개발했으며, 엄청난 기술이전료를 프린스턴대에 안겨주고 있다. 김 총장은 “대학은 사회, 특히 산업체와의 연결성을 강화해 산학협력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며, 에리카(ERICA, 경기도 안산) 캠퍼스에서 부총장까지 보직을 수행하며, ERICA를 산학협력의 기지로 키운 뒤 올해 초 본교 총장에 올랐다.

공학·의학 등 융합연구로 지식 창출

대학과 산업체의 협력이 왜 중요한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의 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이전 수입을 더 거두고, 총장이 나서 동문 등에게서 기부금을 더 모으며,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돼 정부지원금을 받아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선양국 교수와 화학과 성명모 교수가 해외기업으로부터 330만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린 게 그런 사례다. 대학은 산학협력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
한양대 졸업생들에겐 창업 DNA(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우리 대학을 졸업한 최고경영자 (CEO)가 운영하는 기업은 총 1만 213개다. 기업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가 집계한 자료(2018년 12월 말 현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72만 명을 고용하고 있고, 연 573조원의 매출(한국 GDP의 33.1%)을 거두고 있다. 현재 설립 7년 미만 스타트업의 대표 출신 대학을 따져보면 한양대 동문이 대표로 재직 중인 스타트업이 2153개로 나온다. 창업은 한양대의 전통이다.”
한양대는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취업과 창업, 현장실습 등 학생교육성과 부문 1위다. 학생들은 순위에 대해 실감하나.
“학생들은 3위(서울), 10위(ERICA)란 사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할 수 있다. 입학가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명문대학 서열이 오래 유지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 대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분명한 걸 주려 한다. 학부 기간 전공과 관련한 직무능력을 확실히,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자가 되도록 출중하게 키워 주겠다고 약속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직무능력이란.
“전공과 관련한 산업계(Industry)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경험을 말한다. 학부 때 전공지식을 뭘 배웠는지 모르고 대학 문을 나서는 대졸자들이 많지 않은가. 우리 대학을 다닌 학생은 그렇지 않게 하겠다는 말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나.
“르노삼성·기아자동차·CJ·디즈니·풀무원 등 다양한 기업이 학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만들고, 수업 주제를 정하며, 최종 결과물을 평가하는 데 함께 한다. 이런 수업을 ‘산업 연계 문제 기반 프로젝트 수업(IC-PBL:Industry-Coupled Project(Problem)-Based Learning)’ 이라고 부르는데 내가 2017년 ERICA 부총장 시절 처음으로 도입했다. 예를 들어 지난 1학기 경영학과의 ‘전략적 기획론’이라는 전공 수업에 기아자동차가 참여해 학생들과 레드멤버스 인지도 확대·포인트 혜택 캠페인 기획을 함께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방식이다.”
대학과 기업의 연결성이 강한 수업 같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시대를 규정하는 여러 용어가 있지만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이란 말로 규정한다. 이런 시대를 살기 위해선 4C 역량(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업, 소통)을 갖춰야 한다. 한양대가 IC-PBL 같은 수업 혁신을 하는 것은 4C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런 수업이 어떤 효과가 있나.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측정해 IC-PBL 시행 이전 수업과 비교해보면 시행 후 만족도가 확실히 높게 나온다. 또 국내 130개 넘는 대학과 교육기관이 이 수업 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업자료를 내려받는다.

그리고 IC-PBL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수입만 3000만원 가까이 된다. IC-PBL은 공학은 물론이고, 인문사회 분야 등 어느 전공에서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되나.
“대학 1학년 때 학생들은 커리어 로드맵을 짜고 비전을 설계한다. 2학년부터 전공 수업에선 사회와 연계된 문제 해결 학습이 이루어진다. 또한 LG CNS, 포스코, SK 하이닉스, 롯데 케미칼 등 다양한 기업에서 유급으로 현장실습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이런 수업을 거친 학생들의 이력을 보고 놀란다.”
교수들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거 같다.
“우리 아이들은 분명히 100세 시대를 산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전달한 지식을 받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100세 인생을 살아가겠는가. 요즘은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를 서칭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 대학은 지식 전달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덜 가르치고 더 코칭하라(less teaching, more coaching)’는 말처럼 교수들은 미래 사회의 동력이 될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한양대 교수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젠 대학의 사회적 혁신 생각할 때

올해 26년째를 맞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대해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 논문을 쓰고, 그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 측정해 순위를 매기는 게 필요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 즉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을 생각해야 할 때다. 교수들이 연구해 거둔 지식과 기술이 사회나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랩 투 마켓(Lab to Market, 실험실에서 시장으로)’이 이젠 더 중요해졌다.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와 산업과 소통하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평가가 지원했으면 한다.”

“인문학이 꿈꾸고 공학이 실현” 융합 연구센터 설립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인문학은 필수다. 인문학 기초가 없으면 아무리 이공계 기반이 튼튼해도 지속가능성과 창의성 등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체를 포함한 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김우승 총장은 인문학과 융합을 위해 올 8월 초 한양인문학진흥센터 두 곳을 설립했다. 이상욱 철학과 교수와 법학·고령산업학과 교수들이 AI(인공지능) 윤리를 연구하는 ‘과학기술·윤리 법 정책센터’, 조태홍 영문과 교수가 주도하고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음성데이터베이스-인지과학연구센터’다.

김 총장은 “두 센터를 통해 인문학이 꿈꾸고 공학이 실현한다는 생각을 현실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공계 분야에서는 국내 대학 최초로 ‘멤버십 산학협력센터(IUCC, Industry-University Collabor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피트니스 센터의 회원권을 끊듯, 기업이 회비를 내면 배터리·반도체·복합재료 등 각 분야의 전문교수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물을 기업과 공유한다.

김우승 총장

1957년 서울 출생
1981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기계공학 석·박사
1991년~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
2017~2018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부총장
2019년~ 한양대 15대 총장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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