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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은 의료보험·고속철 있지만 우린 없다" 방위비 압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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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동맹의 재정립 필요성을 거론했다. 미국이 한국에 큰 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를 정당화하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 방미 특파원 간담회 #공화·민주 의원 6명, 국무부 2명 면담 #새로운 동맹 틀에서 방위비 증액 주장 #미국민 세금으로 세계 안보 지킬 때 #다른 나라는 자국민 위한 제도 마련 #미국엔 없어…동맹 '재생''원기회복'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미국인의 세금으로 세계 안보를 지켜주는 사이에 한국 같은 나라가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만큼 이젠 새로운 동맹 관계 틀 안에서 한국이 적절한 방위비를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미 국무부 고위 관료들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청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ㆍ미 동맹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미 의회와 행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20~22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3당 원내대표는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등 공화ㆍ민주당 의원 6명과 만났다.

행정부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와 아툴케샵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보 2명과 면담했다.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한·미 동맹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시각을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건 지명자가 1950년 이후 한·미동맹 재생이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새로운 동맹의 틀에서 방위비 협상을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재생' '갱신'을 뜻하는 '리뉴얼(renewal)’과 역시 '활기를 되찾다' '원기를 회복하다'는 의미인 '리쥬브네이션(rejuvenation)’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동맹 관계의 틀에서 방위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하면서다. 낡은 한·미 동맹을 대대적으로 바꿔 새로운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케샵 수석 부차관보는 ‘미국이 수십 년간 세계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동안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성장하고 발전했다’ ‘미국의 대외 역할을 위해 미국 국민은 세금으로 기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3당 원내대표는 전했다.

오 원내대표는 케샵 수석 부차관보가 ‘당신 나라는 의료보험이나 사회보장제도가 있고, 고속철도를 깔았는데 미국에는 그런 것들이 없다’ ‘다른 나라가 자국민을 위해 일하는 동안 미국은 자국민을 위해 이뤄놓은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세금 액수도 언급했다고 한다.

오 원내대표는 “케샵 수석 부차관보가 한국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고 알고 있었다”면서 “동맹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과거 수십 년 동안 한국을 지켜주는 사이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부자 나라가 된 한국이 그에 걸맞은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방위비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방위비 협상에 '동맹의 역사'를 반영하는 인식은 50억 달러(약 5조8900억원) 청구서의 세부 구성 항목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은 미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동맹에 대한 개념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설정하고 만들어 나가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단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과의 관계 등 세계적으로 미국의 동맹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의지가 보였고, 비건 지명자가 케샵과 똑같은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같은 연장선에서 얘기했다고 한다.

국무부 관료들이 전략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방위비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증액 규모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한·미동맹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미국의 문제의식을 인식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이 원내대표는 말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20~21일 미국을 방문해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비건 지명자는 앞서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동맹국이라도 무임승차는 안 된다”면서 "이번 협상은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는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과도하다는 한국 측 입장에 공감을 표하고, 주한 미군 감축과 연결짓는 것도 반대하며, 결국엔 합리적인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22일 자정 종료를 앞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의회와 행정부 모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나 원내대표는 “미 정부뿐 아니라 의회도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한·미 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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