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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처럼, 맥주처럼…우리가 몰랐던 알코올 음료 '사이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30)

이 음료의 향을 맡는 순간 이미 익숙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몇 모금을 입에 머금으면 한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펑!’ 소리가 나게 코르크 마개를 열어 길쭉한 잔에 따르면 바닥에서부터 분주하게 기포가 올라오는 투명한 액체. 상큼한 과일과 시큼함, 톡 쏘는 탄산이 느껴지면서도 떫은 맛이 공존하는 스파클링 와인 말이다.

이런 스파클링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음료는 바로 사이더(Cider)다. 사이더는 사과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음료다. 우리에게는 칠성사이다와 같은 무알코올 착향 탄산 음료의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해외에서 사이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알코올 음료를 말한다. 무알코올 음료를 ‘스위트 사이더’, ‘소프트 사이더’라고 하고 이와 구분지어 알코올이 들어있는 것을 ‘하드 사이더’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 사이더를 만들 때 배를 재료로 쓰기도 하는데 이를 따로 ‘페리(Perry)’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이더.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이더는 유럽을 중심으로 기원전부터 만들어진 유서 깊은 음료다. 벨기에,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사과 산지 주변에서도 광범위하게 만들어졌다. [사진 pixabay]

사이더.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이더는 유럽을 중심으로 기원전부터 만들어진 유서 깊은 음료다. 벨기에,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사과 산지 주변에서도 광범위하게 만들어졌다. [사진 pixabay]

알코올 도수를 10도 안팎으로 높인 사이더는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과일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다는 공통점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과 사이더는 유사한 풍미를 가지게 된다. 사이더는 유럽을 중심으로 기원전부터 만들어진 유서 깊은 음료다. 프랑스에서는 시드르(Cidre), 독일에서는 아펠바인(Apfelwein), 스페인에서는 시드라(Sidra)라는 이름의 사과 발효주가 발달했다.

이밖에 벨기에,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사과 산지 주변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이더가 만들어졌다. 이들 사과 발효 음료의 전체적인 양조 과정은 유사하지만 사과의 품종, 효모, 숙성 방식 등에 따라 맛과 도수가 다양하다. 프랑스에서는 달콤함이 살아있는 저도수(3% 정도) 시드르가, 영국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9%까지 올라가는 고도수 사이더가 발달했다.

이처럼 사이더는 곡물에서 얻은 당분을 발효시켜 만드는 맥주가 아닌, 과일을 재료로 하는 와인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더는 맥주 업계와 더 가깝다. 많은 맥주 양조장이 제품 라인업 중 하나로 사이더를 만들고 있고 맥주의 스타일을 정리해놓은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의 스타일 가이드라인에서도 사이더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규정하고 정리해 놨다. 이는 사이더 양조 과정의 화학 반응이 와인과 유사하지만 자유로운 재료 사용과 실험적인 양조 기법 등은 수제맥주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통적으로 유럽에 사과즙으로 만든 알코올 음료가 존재해 왔지만 최근 들어 사이더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새로 등장한 수제 사이더 덕분이다. 수제 맥주와 마찬가지로 수제 사이더는 전통에 다양성을 덧입혀 즐기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주재료는 사과나 배로 같지만 여기에 블루베리 등 다른 과일을 섞거나 허브를 넣어 색다른 맛을 만들고 완성된 사이더를 오크통에 숙성해 오크향과 묵직한 느낌을 내기도 한다. 효모 역시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부터 맥주용 효모, 샴페인용 효모, 와인용 효모 등이 자유롭게 쓰인다. 이런 양조 과정을 통해 탄산의 정도부터 산도, 쓴맛, 단맛의 정도가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알코올 도수도 1%대부터 12%까지, 맛도 바나나, 정향, 쿰쿰함 등이 다채롭게 표현된다.

댄싱사이더 제품. 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스윗마마와 드라이한 매력의 댄싱파파. [사진 댄싱사이더 홈페이지]

댄싱사이더 제품. 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스윗마마와 드라이한 매력의 댄싱파파. [사진 댄싱사이더 홈페이지]

국내에도 사이더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이더리(Cidery)가 있다. 사과로 유명한 충북 충주에 자리 잡은 ‘댄싱 사이더’가 대표적이다. 달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스윗마마(5.5%)와 드라이한 매력의 댄싱파파(7.0%) 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댄싱 사이더 제품은 온라인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핸드앤애플에서 내놓은 사이더 3종. [사진 핸드앤애플]

핸드앤애플에서 내놓은 사이더 3종. [사진 핸드앤애플]

수제맥주 양조장인 핸드앤몰트의 사이더 브랜드 핸드앤애플은 최근 3종의 사이더를 내놨다. 로제 사이더(5.4%)는 라즈베리를 첨가했고, 오리지널 사이더(5.9%)는 사과만으로 맛을 냈다. 또 홉 사이더(5.9%)는 사이더에 홉을 넣어 청량함을 살렸다.

해외의 다양한 사이더를 국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다. 앵그리 오차드, 벌머스, 매그너스 등이 들어왔는데 시기에 따라 수입 여부가 달라진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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