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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동행 횟수로 동거도 확인···소름끼치게 정교해진 中 AI감시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ICT 트랜드를 압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 선전 하이테크 페어(Shenzhen Hi-Tech Fair)다.   

 올해 21년째 이른 선전 하이테크페어. 중국 산업계의 최신 지향점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력이 집중되는 분야 중 하나가 CCTV다. 더이상 카메라로 찍어 많이 저장하면 되는 하드웨어 싸움이 아니다. AI(인공지능)시대 CCTV는 다르다. AI의 안면인식과 결합해 얼마나 '감시 효과'를 낼 수 있느냐를 놓고 기술 각축이 벌어진다. 중국은 이제 AI 없이는 CCTV 제품이라고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갔다.

선전 하이테크페어 공개된 AI 기술 #CCTV 플랫폼으로 관련 기술 고도화

올해 선전 페어에서는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한 CCTV 분석 기술이 쏟아졌다. 클라우드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더해져 AI의 안면인식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윈텐리페이(雲天勵飛ㆍintellifusion)는 클라우드 기반 AI CCTV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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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텔리페이의 직원 샹둥팡은 “측면 얼굴 뿐 아니라 선글라스ㆍ모자를 쓰거나 빛의 강약 또는 흐린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식별을 해낸다”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얼굴 뿐 아니라 걸음걸이 스타일을 같이 분석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현실에서 어떻게 접목되고 있을까.

이 회사는 지난해 선전에서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무단횡단을 했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횡단 보도 한 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생중계됐다. 교통당국은 개인의 수치심을 자극해 준법의식을 일깨우겠다는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이 기술을 현실에 끌어들였다. 당국은 베이징·타이위안·지난 등 중국 각지에서 이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윈톈리페이는 올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안면인식 AI를 클라우드와 연결시켰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ㆍ비교ㆍ분석하면서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어느 특정한 지역에서 미리 정보가 입력된 주민과 외부인을 식별할 정도로 진화한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공안당국은 AI가 보여주는 주민과 외부인의 이동 상황을 즉각 파악할 수 있다. 지역별로 외부인의 이동 정보를 수집해 이상 동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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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민의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공안당국은 외부인이 지역 주민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사전에 가늠할 수 있다. 가령 한 주민의 집으로 동행 횟수가 늘어나면 동향 또는 친족 가능성을 염두하고 지역 당국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사진을 대조해 이 사람이 누구인지 추정한다. 추정 결과 단기 동거인일 가능성 65%, 동향인일 가능성 55%, 직장 동료일 가능성 20%가 나온다.

한마디로 꼼짝마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안면인식 AI 기술로 범죄자의 10% 안팎만 식별이 가능하다고 한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식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샹둥팡은 “따로 따로 운영되는 중앙과 각급 지방정부의 데이터베이스가 통합된다면 식별의 성과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 지원 뿐 아니라 내부 안보와 치안질서에 대한 요구가 높은 중국 정부 아닌가. 중국 AI 산업은 이제 거대한 정부 데이터베이스로 들어가 딥러닝하는 단계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자율(autonomous)AI 개발도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2억대가 넘는 CCTV가 전국에 설치된 나라다. 인구가 많다보니 치안 수요가 폭증하는 중국의 특수한 사정도 사정이지만 민족 갈등을 통제해야 하는 정치적 이유도 CCTV 확산의 배경이다. CCTV는 치안강화와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양날의 칼의 속성 때문에 논란의 단골 소재가 되곤 하지만 중국에선 무시된다.

 전시장에 선보인 자율주행 키트와 차량. [사진 넥스페어]

전시장에 선보인 자율주행 키트와 차량. [사진 넥스페어]

사회 통제의 효율성을 앞세워 사회 전영역으로 촘촘하게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이렇게 CCTV는 정부 시장이라는 강력한 수요를 업고 중국에서 고속성장하는 산업이 됐다.

AI 같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혁신기술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주의체제의 전체주의적 속성과 만나 빠르게 현실 속에서 만개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중국 IT기업 직원이 한 말 속에 이 산업 발전의 코드가 숨어 있다. 미래 기술을 만나 오랜 사회주의적 로망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수 십년간 중국 정부가 추구했던 완벽한 사회 통제에 대한 꿈이 4차산업혁명 기술을 만나 현실이 된 것 뿐이다.”

 자율주행 키트(차량 루프의 흰색 장치)가 장착된 차량이 스스로 주차하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자율주행 키트(차량 루프의 흰색 장치)가 장착된 차량이 스스로 주차하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중국의 4차산업혁명의 질과 양과 속도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갖는 비결이다. 사회주의 체제 속성과 결합한 미래 기술이 어디까지 우리 삶 속을 파고들지 자못 궁금해지면서도 한편으론 섬뜩해지는 기분을 누를 길 없었다.

CCTV는 한 사례일 뿐이다. 선전 하이테크페어의 IT관은 온통 AI판이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AI 기술 개발이 어떻게 결실을 맺고 있는지 가늠 할 수 있었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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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솔류션 개발업체 딥루트는 자율주행 레벨4(완전 자율주행 단계) 기술 확보에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다. 각종 이미지 센서와 고해상도 지도 해독,AI의 머신러닝 등을 결합한 솔류션을 개발해 선전 시내에서 자율 주행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솔루션이 탑재된 자동차는 자율 주행과 행인 식별 후 정차 및 주차 테스트도 통과했다.

이렇게 중국은 AI 기술이 CCTV와 자율주행 차량을 플랫폼으로 삼아 산업 생태계를 넓혀가면서 인간의 삶 속으로 파고들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을 보여줬다.
선전=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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