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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날씨에 靑 떠난 황교안···"강한 모습을" "개인 몸이냐" 몸싸움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단식을 시작한 지 5시간 30여분 만에 농성 장소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국회 본관 앞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의 참모들과 지지자들 간 몸싸움과 실랑이도 벌어졌다.

당초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했다. 이어 보도블록 위에 스티로폼으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지지자들이 건네주는 겉옷과 모자, 목도리 등을 두르면서 투쟁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청와대 앞은 경호 문제로 텐트 설치가 허용되지 않았다. 한국당 측은 기자회견만 하고 농성장소를 국회로 변경하기로 했다. 텐트를 치지 않으면 영하로 떨어지는 새벽 추위를 버티며 24시간 농성을 하기가 불가능해서다.

이후 “여기서 하겠다”는 황 대표와 “국회로 가야 한다”는 참모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특히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해 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범투본’) 참석자들이 황 대표의 농성장을 찾아 “일반 시민들도 여기서 수십일 째 밤을 새우고 있다. 강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5시쯤 청와대 인근 범투본 집회를 찾아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도 황 대표에게 “(투쟁 강도가)너무 약하다”고 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참모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지원 기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참모진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지원 기자

오후 5시 50분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황 대표를 찾았다. 강 수석은 “단식하는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 하시면 안 된다”라며 “최대한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문제를) 대화해보시고, 저희가 참여해야 한다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해가 지면서 한국당 당직자들은 “어떻게 대표를 일으켜 세워야 하느냐”를 두고 긴급회의를 했다. 박맹우 사무총장,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등이 황 대표에게 “대표가 여기서 밤을 지새우면 내일부터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장기전으로 보고 국회로 옮겨서 투쟁을 이어가셔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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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밤 8시 33분, 박 총장이 “미리 시작할 땐 텐트를 치고 계속 여기서 투쟁하기로 했는데, 부득이하게 장소를 국회 앞 도로로 옮기기로 했다”고 알렸다. 박 총장은 “대표는 여기서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황 대표가 개인의 몸이 아니지 않으냐”며 “당을 대표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모시고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총장 등 참모들이 황 대표의 양쪽 팔짱을 끼고 일으켜 그를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간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 지지자는 황 대표를 향해 “이러면 좌파들이 뭐라고 하겠느냐. 국회로 옮길 거면 여기 왜 왔느냐”고 했다. “지금 옮기면 꼴이 우스워진다. 청와대 앞에 있어야 한다”는 이도 있었다. 황 대표도 “이분들과 얘기하겠다”며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참모진의 만류로 결국 차에 올라탔다. 오후 8시 38분이었다. 차는 곧장 국회 본관 앞에 다시 마련된 농성장으로 향했다.

20일 밤 9시 30분, 국회 본관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으로 단식농성 장소를 옮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한영익 기자

20일 밤 9시 30분, 국회 본관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으로 단식농성 장소를 옮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한영익 기자

황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국회 본관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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