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문단 몰락하고 '장르문학' 떴다...올해 한국 출판계 총정리

중앙일보

입력 2019.11.20 16:47

국내 장르문학의 성공 사례는 2007년부터 웹소설 사이트 '조아라'에 연재되고 있는 게임 판타지 소설 『달빛 조각사』를 들 수 있다. [사진 로크미디어]

국내 장르문학의 성공 사례는 2007년부터 웹소설 사이트 '조아라'에 연재되고 있는 게임 판타지 소설 『달빛 조각사』를 들 수 있다. [사진 로크미디어]

올해 출판계를 달군 화제의 주인공은 순수문학이 아닌 장르문학이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올해 출판계를 요약하는 대표 키워드로 '주류가 된 장르'를 꼽았다. 순수문학 시장이 몰락하고 장르문학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문학은 추리, 무협, 판타지, SF 등 특정한 경향이 있는 문학을 말한다. 대중의 흥미와 기호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순수문학과 대비된다. 그간 장르문학은 비주류로 알게 모르게 소외를 받아왔다. 하지만 웹소설 시장 등이 커지면서 장르문학이 서브컬처가 아닌 주류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장르문학의 가장 대표적 성공 사례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올해 한국 출판계를 키워드로 정리한 '한국 출판계 키워드' [사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올해 한국 출판계를 키워드로 정리한 '한국 출판계 키워드' [사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최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낸 『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에 따르면, 올해 국내 출판계에서 장르문학은 급성장했다. 장르소설의 판매량이 증가했고 장르비평이 늘어났으며 장르 전문 출판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다. 국내 장르문학의 성공사례 중 하나는 2007년부터 웹소설 사이트 '조아라'에 연재되고 있는 게임 판타지 소설 『달빛 조각사』다. 종이책으로도 출간된 『달빛조각사』(로크미디어)는 올해 누적 판매 부수 600만부를 넘겼고,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달빛조각사』는 모바일 게임으로까지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게임화면 캡쳐]

『달빛조각사』는 모바일 게임으로까지 출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게임화면 캡쳐]

특히 올해는 장르문학 자체에 대한 담론을 담은 도서가 다수 출간됐다. 『장르문학 산책』(소명출판), 『비주류 선언』(요다), 『젊은 독자들을 위한 서브컬처론 강의록』(워크라이프) 등 장르문학에 대한 종합비평서가 나오고, 『괴물의 탄생』(생각의 힘), 『SF는 공상하지 않는다』(은행나무) 같은 개별 장르작품에 대한 비평서도 대거 출간됐다. 올해 출간된 장르 관련 인문학 저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는데, 그만큼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출판계에서는 장르문학에 대한 종합비평서가 많이 출간됐다. [사진 요다]

올해 출판계에서는 장르문학에 대한 종합비평서가 많이 출간됐다. [사진 요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1990년대 PC통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장르문학이 생겨났는데, 당시에 장르문학을 소비하던 세대가 성장하며 장르문학도 함께 성장했다"며 "성인이 된 이들은 장르를 통해 사회를 읽고 사회를 이야기한다. 어려서 장르문학으로 수능제도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직장인의 애환과 사회구조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장르문학과 달리 올해 기성문단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해 교보문고의 '상반기 베스트셀러 경향 분석'에 따르면 소설 분야의 판매율이 급락, -14.1%를 기록했다.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해냄)을 제외하고는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오른 문학작품이 거의 없었다. 이런 통계에 더 눈이 가는 이유는 상반기에 한국 문단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줄지어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출판계에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같은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 출현했다. [사진 창비]

올해 출판계에는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같은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 출현했다. [사진 창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같은 작품이 나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확실히 기성 문단의 힘이 빠진 듯하다"고 했다. 이어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같은 새로운 경향의 작품이나 장르소설의 성장은 한국 문학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마케팅 전문가 임홍택씨가 펴낸 『90년생이 온다』. [사진 웨일북스]

마케팅 전문가 임홍택씨가 펴낸 『90년생이 온다』. [사진 웨일북스]

이 밖에도 올해 출판계의 키워드로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오디오북' '구독경제' 등이 거론됐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며 『90년생이 온다』처럼 이들에 대한 책이 다수 출간됐고, 오디오북과 구독경제 같은 새로운 시장 플랫폼이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향상했다는 것이다. 또한 '직업 에세이'의 준말인 '업세이' 시장이 커지면서 『골든아워』 『검사내전』 『나는 그냥 버스 기사입니다』 등이 출간됐다고 전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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