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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하는 노인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항소심서 무죄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무단횡단하는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운전자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성묵 부장판사)는 20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8)씨에게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2월 18일 오후 3시 51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화단식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B(79)씨를 좌측 사이드미러 부분으로 충격했다.

당시 A씨는 제한시속 70㎞인 이 도로에서 약 40∼50㎞의 속도로 진행 중이었다.

이 사고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일주일 뒤 기도폐색과 긴장성 기흉 등으로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며 무죄를 호소했으나, 1심 재판부는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해 그에게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규정 속도를 지켜 주행한 피고인으로서는 중앙분리대 사이를 통과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가능성까지 살피면서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지점 도로와 중앙분리대의 구조, 사고 당시의 교통상황 등을 종합할 때 설령 피고인이 사고 직전 피해자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충격을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에서 말하는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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