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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컨테이너 참사 악몽 떠올라…또 목숨 건 25명 밀입국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EU와 영국의 국경에서 트럭 운전사와 관리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U와 영국의 국경에서 트럭 운전사와 관리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인 39명이 냉동 컨테이너에 타고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같은 시도를 하던 25명이 선상에서 적발됐다. 컨테이너 안에서 사람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페리 선원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참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생명을 건 밀입국이 그치지 않고 있다.

페리 선원들이 경찰 신고, 2명 입원 #트럭운전자 체포, 인신매매 등 조사 #베트남 사망자 이송비 정부서 대출 #돈 벌려다 희생됐는데 큰 빚만 남아

 BBC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당국은 19일(현지시간) 오후 7시쯤 네덜란드 항구를 떠나 영국 에식스주로 향하던 화물 여객선에서 냉동 컨테이너에 타고 있던 25명을 발견했다. 페리 선원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탐지견을 동원했다. 밀입국을 시도한 이들 중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23명은 항구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39명이 희생된 후 그리스에서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단체로 탄 냉동 컨테이너 트럭이 발견됐다.

화물 컨테이너가 이송되는 모습을 네덜란드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물 컨테이너가 이송되는 모습을 네덜란드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당국은 해당 페리를 강제로 로테르담 인근 블라딩겐 항구로 돌아오게 했다. 트럭 운전자는 체포돼 밀입국 및 인신매매 연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희생된 베트남인 39명의 시신을 고향 땅으로 옮겨오기 위해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대출을 받았다고 BBC가 전했다. 베트남 정부가 유가족들에게 제시한 선택지는 정부로부터 비용을 빌리든지, 아니면 스스로 부담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사망자 가족들은 시신을 베트남까지 데려오기 위해 330만원가량을 내야 하고, 영국 현지서 화장하고 옮겨올 경우 3분의 1가량 적은 돈을 내라는 서류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베트남 희생자들의 가족은 시신을 영국에서 옮겨올 돈이 없어 정부 대출을 이용했다. [AFP=연합뉴스]

베트남 희생자들의 가족은 시신을 영국에서 옮겨올 돈이 없어 정부 대출을 이용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가족들은 이미 희생자를 영국으로 보내는 밀입국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6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가족과 친구, 친지들이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집 담보 대출을 받기도 했다.

 한 희생자의 형은 “이미 많은 돈을 빌렸기 때문에 더 빌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국 밀입국을 위해 큰돈을 지불했는데, 고향으로 시신을 옮겨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목숨을 건 밀입국 시도는 가족에게 이별의 아픔뿐 아니라 더 심해진 생활고까지 초래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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