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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승소 주역이 訴 맡았다···'타다 재판' 로켓배송처럼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쿠팡의 ‘로켓배송’ 공세에 대형마트도 일제히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모습. [연합뉴스]

쿠팡의 ‘로켓배송’ 공세에 대형마트도 일제히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쿠팡이 최종 승소한 로켓배송 재판은 택배의 패러다임을 바꾼 재판이라 불린다. 쿠팡이 2014년 고객에게 자사 물건을 직접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후발주자들은 직접배송에 이어 새벽배송까지 내놓으며 한국 배송시장엔 혁신경쟁이 불붙었다.

쿠팡 로켓배송, 택배업체 소송서 최종 승소 #"미허가 산업" 기존업체 주장, 법리로 반박 #법조계 "타다, 쿠팡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

하지만 기존 대형 택배업체들은 2017년 쿠팡이 "미허가 택배사업을 하고 있다"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은 2년여간의 소송전 끝에 형사 고소에선 무혐의 처분을, 민사 소송에서 전부 승소하며 로켓배송의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쿠팡 바라보는 타다

지난달 여객자동차운수법(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승차공유서비스 타다는 이 쿠팡 재판에 주목하고 있다.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검찰은 지난달 28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와 타다의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스1]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가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검찰은 지난달 28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와 타다의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스1]

허가가 필요한 여객 운송시장에 뛰어들었다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 직접배송 이후 대형 택배업체에 고소·고발을 당했던 쿠팡과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타다의 변호인도 쿠팡 로켓배송 소송을 승소로 이끈 김앤장의 강한승 변호사(연수원 23기)가 맡고 있다. 타다 측은 "쿠팡 케이스가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부딪쳤을 때) 내려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타다가 쿠팡보다 더 어려운 법정 싸움을 치러야 할 것이라 전망한다. 한 현직 판사는 "쿠팡은 로켓배송이 기존 택배와 본질에서 다르다는 사실을 비교적 쉽게 입증했다"며 "타다도 타다와 택시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법리적으로 훨씬 더 어려운 사안"이라 말했다

쿠팡은

쿠팡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던 택배 업체들이 문제삼은 것은 화물자동차법 제2조 3호다.

쿠팡물류센터의 모습. [사진 쿠팡]

쿠팡물류센터의 모습. [사진 쿠팡]

해당 조문에선 화물자동차 운송산업을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산업"이라 정의한다. 이 화물운송사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택배업체들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구매자 또는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른 사람)의 요구로 화물을 운송하는 것인데 쿠팡은 화물운송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화물자동차법 위반이라 주장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 쿠팡이 직접 매입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자가 운송'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택배업체와 그 법률대리인은 "로켓배송은 자가 운송이란 형식을 빌렸을 뿐 실질은 택배"라 반박했다.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며 타다가 "형식은 렌터카, 운전자 알선 사업이지만 실질은 택시 사업"이라 주장했던 '실질과 형식의 논리'가 일부 차용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1·2심 법원은 "쿠팡은 다른 사람의 요구가 아닌 자사가 매입한 물건을 자사의 수요와 필요에 따라 배송했다"며 로켓배송은 허가가 필요없는 자가 운송에 해당한다고 봤다. 쿠팡이 물건을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것을 고객 또는 협력사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매도인인 쿠팡의 '의무'라 본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법원은 치킨집 주인이나 세탁소 주인이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배달해주는 것과 쿠팡의 직접배송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택배업체들은 2심 결정 뒤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으나 곧 상고취하를 하며 해당 소송은 쿠팡의 최종 승소로 끝이 났다.

타다는  

타다는 검찰과 달리 타다의 본질은 택시가 아닌 '렌터카 대여 및 운전자 알선' 사업이라 주장한다. 여객운수법 시행령을 통해 11~15인승 승합자동차의 임차 및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 예외 조항의 적용 대상이란 것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울개인택시조합 '타다 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서 조합원들이 국회를 향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서울개인택시조합 '타다 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서 조합원들이 국회를 향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뉴스1]

타다는 타다가 외관상 택시 사업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타다 이용자들은 타다와 렌터카 대여 및 운전자 알선 계약을 맺는다"고 주장한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외관상으론 택배 산업처럼 보일지라도 실질은 자가배송이란 논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타다 사안은 쿠팡의 로켓배송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반박한다. 이 변호사는 "면허가 필요한 여객운수법에 2조에 따르면 여객운수사업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하여 유상(有償)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이라 적시돼있다"며 "타다는 이 여객운수사업의 본질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타다는 단순 법리를 넘어 다양한 사회 정책적 쟁점이 가득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행법상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긴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 

타다가 기소된 뒤 김앤장 대신 타다 변호인을 맡겠다며 제안서를 낸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 등 대형 로펌은 타다가 처한 상황에 대해 각자만의 승소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3당 간사들과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박 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박덕흠 자유한국당 간사. [뉴스1]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3당 간사들과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박 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박덕흠 자유한국당 간사. [뉴스1]

타다에 제안서를 제출했던 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검찰이 놓친 법리가 존재하고 타다가 충분히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타다는 "모빌리티 경제의 미래가 걸린 재판인 만큼 최종적인 변호인 선임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타다 변호는 강한승 변호사가 이끄는 김앤장이 맡고있지만 다른 대형 로펌이 추가로 선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타다 운영의 근거가 된 여객운수법의 예외 조항을 수정해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것도 중요한 변수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번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타다는 국내에서 어떠한 사업도 할 수 없게 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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