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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어게인 200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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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소아 기자 중앙일보 증권부장
이소아 산업2팀 기자

이소아 산업2팀 기자

2002년 월드컵 때 나온 ‘다이내믹(dynamic) 코리아’란 슬로건이 지금도 어울린다고는 차마 못 하겠다. 2017년만 해도 3.2%였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1%대에 그칠 전망이고, 일자리도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야 등 특정 직군을 제외하면 늘어날 것 같지 않다.

결국 새로운 땔감 없이 다이내믹의 불씨를 지피기는 어렵다. 기존에 없던 사업거리를 자꾸 발굴해 투자하고 도전하고 그 성과와 성취감이 퍼져가는 수밖에 없다. 걸림돌은 역시 규제다. 대통령은 “불법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사업은 다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불법’이 앞으로도 불법일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일례로 1990년대 이메일과 퀵서비스는 ‘타인을 위한 신서(信書)의 송달행위를 업으로 하지 못한다’는 우편법 제2조2항을 어긴 불법이었다. ‘타다’에 대해 검찰과 택시업계는 법을 이용한 ‘꼼수’라고 한다. 꼼수 맞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선 될성부른 사업 아이템이 눈에 보이는데 법에 막혀있으니 포기하긴 아깝고 불법을 피하는 수를 낸 걸 수도 있다.

최근 만난 환경 분야 벤처 기업가는 “한국에선 뭘 할 수가 없다. 작은 기업은 도저히 맞추기 힘든 기준과 비용을 사업 진입 첫 조건으로 내세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공유 숙박업체) 에어비앤비만 해도 사업이 커지고 나서야 미국 정부가 세금과 규제를 강하게 적용했다”며 “그냥 다 해보라고, 맘껏 (기업하며) 놀아보게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해보지도 못하고 접는 사업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없다.

플랫폼 산업이 대세가 돼 갈수록 기존 종사자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산업의 변환기는 어느 시대든 있었고, 늘 양쪽 모두를 허용한 뒤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해 왔다. 생겨나고 위협받고 도전하고 바꾸고…. 이 과정이 역동의 본질이다.

이소아 산업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