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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5G기반으로 인민해방군 무기체계 통합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웨이에 건 '목줄'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트럼프의 확고한 뜻이다.   

미국은 안보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에 부과한 거래제한 조치를 지속키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거래제한의 시한을 90일 연장했을 뿐 바뀐 건 없다. 집요한 견제다. 쉽게 풀리지 않을 '목줄'이다. 그만큼 화웨이의 역량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화웨이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지난 13~17일 열린 선전 하이테크 페어(China Hi-Teck Fair)의 최대 관심사는 화웨이였다. 어떤 테마로 어떤 기술을 어떤 수위로 공개했을 지 궁금했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화웨이의 지향점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화웨이 전시장으로 한걸음에 달려간 이유다.

선전 하이테크페어 선보인 5G+AI #"자율AI 목표는 차량 넘어 드론편대"

스마트 시티

지난해 ICT 기술 기반의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내건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좀더 구체화했다. 화웨이가 속속 내놓고 있는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도시 시스템을 연결시킨다. 이를 위해 AI+5G라는 강력한 엔진을 얹었다. 화웨이의 스마트시티는 초고속ㆍ초연결ㆍ초저지연 5G통신 인프라와 인지ㆍ자율AI가 결합된 도시다. AI가 시각ㆍ청각센서로 사물을 인지하고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세상이다. 화웨이가 구상하는 세상은 5G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많은 데이터를 지연 없이 처리하려면 5G는 필수다.

자율주행 로봇

화웨이는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에 앞서 아파트 단지 또는 석탄채굴장 등 접근이 제한된 산업공간에서 운용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였다. 다루지원(大陸智源)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에 화웨이의 5G 장비가 장착되면서 이 로봇의 성능은 단독으로 아파트 단지를 순찰하며 방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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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를 통해 이 로봇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안면인식 AI를 구동시켜 실시간으로 외부인과 내부인을 식별한다. 아파트 단지를 저속으로 돌며 택배 상품을 배달하는 자율주행차량도 5G와 연결되면서 실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래 사진을 보자. 5G 통신과 연결된 자율주행 차량들이 느린 속도로 단지를 돌며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클라우드 기반 AI

화웨이는 CCTV 해상도와 안면식별 역량을 극대화한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을 선보였다. 현재 상용화된 인구 밀집 지역에서 한 화면에 200명까지 식별 기능에 더해 300명 이상이 돼도 안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기술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지난 8월 서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어센드 910에 이어 9월에는 세계 최초의 5G 통합 모바일 반도체 기린990 5G를 내놨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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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5G 기술의 표준을 노리는 화웨이의 행보는 거침 없다. 5G가 연말 상용화되면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전시장의 화웨이 직원들은 “AI가 방대한 데이터 분석량을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패턴을 찾아내고 최적의 결정을 하게 된다”며 “앞으로 스마트시티는 더욱 정교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렇게 통신장비 업체라는 영역을 벗어나 인간 삶속으로 더 파고들고 있다. 화웨이의 영토 확장이 어느 쪽을 지향하는지 방향성은 나왔다. 우리 삶의 전 영역이다. 이를 위해 보고 듣고 판단하는 지각AI와 자율AI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화웨이의 안면식별 AI칩이 적용된 CCTV. 현재 상용화된 200명 수준을 넘어 300명 이상까지 식별이 가능하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사진 중앙포토]

화웨이의 안면식별 AI칩이 적용된 CCTV. 현재 상용화된 200명 수준을 넘어 300명 이상까지 식별이 가능하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사진 중앙포토]

5G 기반 무기 체계 통합

지각AI+자율AI+5G 결합의 끝판왕은 군용 무기체계다. 대만의 AIA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 우자룽(吳嘉隆)은 “미국이 화웨이의 5G를 기반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통합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견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대만 타이베이 현지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중국은 실제로 스텔스전투기, 항공모함, 탄도미사일, 인공위성, 요격미사일 등을 5G 기반으로 연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도 “화웨이를 몰아내는 게 무역협상보다 10배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5G가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자율비행 드론 편대?

5G와 연결되면 초연결·초저지연이 실현되기 때문에 화웨이의 최종 지향점으로 자율비행 드론 편대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전쟁의 양상을 그린 소설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피터 W 싱어가 2015년 출간한 소설 『유령함대』는 미국과 중국의 세계대전을 그리고 있다. 개전 초 중국 인민해방군의 드론 편대의 벌떼 공격으로 미 공군이 무력화되고 5G망을 통한 사이버 공격으로 미국의 군사통신망이 파괴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 소설이 현실화될 가능성만으로도 끔찍할 것이다. 배넌이 화웨이를 표적에 올린 이유일 것이다. 트럼프가 전력을 다해 화웨이 견제에 이어 중국의 AI기업에 십자포화를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새롭게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중국 1~2위 감사카메라 제조업체인 하이크 비전과 다화테크놀러지가 포함돼 있다.

중국의 3대 안면인식 기술업체인 매그비테크놀러지와 음성인식 AI기업 아이플라이텍도 포위망에 들었다. 화웨이의 5G와 AI 기업들이 기술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봉쇄하려는 자와 포위망을 뚫으려는 자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이제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선전=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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