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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이 건네받은 문서 "비밀이냐 아니냐" 법정서 진실공방

중앙일보

입력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부패방지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관련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부패방지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관련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기소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가 목포시로부터 전달받았다는 ‘보안자료’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대외비' 안 쓰여 있었지만 비밀 맞아" #목포 공무원 "설명회 때 자료 촬영 금지시켜" #손혜원 "주민공청회때 모두에게 공개된 자료" #전 목포시장 "이미 인터넷 상에 보도된 내용"

만약 손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보안자료, 즉 일반인에게는 비밀인 자료를 미리 받았다면 그 이후에 사들인 부동산은 모두 불법 매입이 될 수 있다. 반면 목포시로부터 건네받은 자료가 비밀이 아니라면, 손 의원에게 적용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똑같은 자료를 두고도 손 의원과 검찰 측의 주장이 엇갈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 의원이 건네받은 자료에 ‘대외비’라고 쓰여 있지는 않지만, 검찰 측은 이 자료가 미리 배포하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보안 사항이라고 봤다.

18일 열린 손 의원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시 도시재생과 소속 김모씨도 “손 의원에게 건넨 문건이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가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씨는 2017년 9월 손 의원에게 e메일로 ‘1987 개항거리 사업 변경안’ 등의 자료를 보낸 사람이다.

김씨는 “보안을 지키기 위해 목포시 다른 직원들과도 자료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이후 해당 사업과 관련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을 때도 이 자료를 주민들이 촬영하지 못하게끔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손 의원을 기소하며 “자료에 대해 같은 시기 정보공개 청구 요청이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 위험’을 이유로 목포시 쪽에서 비공개 처분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도 부패방지법상 ‘비밀’을 꼭 법률상 비밀로 규정된 것만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한 정부나 공무소가 객관적·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비밀’에 포함해야 한다(2006도4888)”고 판단했다.

손혜원 의원 측이 부동산을 매입한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의원 측이 부동산을 매입한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반면 손 의원 측은 재판 때마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였다”며 비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목포시가 주민 공청회를 통해 모두 공개한 자료라는 취지다.

2017년 5월 손 의원에게 목포시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건넨 박홍률 전 목포시장도 손 의원의 주장이 맞다고 증언했다.
18일 재판에 출석한 박 전 시장은 “손 의원이 받은 자료는 이미 열린 주민공청회 때 나온 자료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일반적인 자료라고 생각했다”며 “많이 알려야 그 지역에 투자도 되고 협조도 될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시장은 “공청회를 통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고, 이미 인터넷상에 보도된 자료는 생명력(비밀성)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본다”며 “(손 의원에게 전달한 이유는)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법원은 보안자료의 비밀성과 관련해 일단 검찰과 손 의원 측의 손을 절반씩 들어줬다.
본 재판에 앞서 검찰이 손 의원이 취득한 부동산의 몰수보전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법원은 “목포시와 관련한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내용이 외부적으로 공개된 2017년 12월 14일에는 해당 사업 내용에 대한 비밀성이 상실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검찰은 손 의원이 2017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에서 불법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보고 기소했는데, 이 중 2017년 12월 14일까지는 비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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