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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화교’ ‘김대업 병풍’ 나왔던 서울중앙지검 티타임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2002년 7월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김대업씨가 이회장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아들 정연씨 병역비리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7월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김대업씨가 이회장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아들 정연씨 병역비리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이 10년 이상 진행했던 비공개 정례 브리핑(티타임)을 12월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법무부 공보 훈령에 따른 것이다. 공보 훈령에 따라 전국의 검찰청은 검사 출신의 전문 공보관을 뽑아 티타임 형식과는 다른 새로운 브리핑 방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 견제 측면에서 부적절” 비판 거세

 중앙지검 관계자는 최근 “티타임이 12월 이후 폐지돼 이달에 몇번만 더 티타임을 하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전화를 받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중앙지검 티타임은 출입 40개 언론사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30분 13층 소회의실에서 기자 30~40명이 모여 1~4차장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차장은 월요일, 3차장은 수요일 식으로 진행됐지만 최근 피의 사실 공표 금지가 강조되면서 3차장만 티타임에 응하고 있다. 2009년 용산참사 수사와 같은 중요 사건 때면 매일 티타임이 열리기도 했다.

 티타임 폐지에 대해 2014~2015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맡았던 유상범 변호사(53‧사법연수원 21기)는 “언론 보도가 지나친 부분도 있지만 권력의 견제라는 측면에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유 변호사는 “전문 공보관을 도입하더라도 직접 수사하는 검사가 아니라 상황을 모두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맡았던 정병두 변호사(58‧연수원 16기)는 “현재 검찰청 내 상주하는 취재진이 없어지지 않는 한 티타임을 갑자기 없애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보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처럼 검찰청 내 출입도 제한되고 기자실이 없는 환경일 때 티타임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정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 혐의에 대해 알리지 않으면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는 선에서 ‘압수수색을 나갔다’는 식으로 안내하는 티타임은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 경기도 파주 아트서비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기자간담회. 배우 전지현씨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가 복제된 사건으로 전씨의 소속사 대표가 수사를 받았다. [중앙포토]

2007년 11월 경기도 파주 아트서비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기자간담회. 배우 전지현씨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가 복제된 사건으로 전씨의 소속사 대표가 수사를 받았다. [중앙포토]

 2012~2013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이어 2015년 1차장을 맡았던 전현준(54‧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도 “외국처럼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직접 수사를 줄인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이상 티타임 폐지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티타임은 오보를 방지하고, 검찰 입장에서는 홍보할 수 있는 사건은 알릴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며 “기존의 것을 무조건 폐지한다고 바람직한 공보 준칙이 설립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티타임은 2009년 배우 전지현씨의 휴대전화 복제 사건 수사 당시 국적과 관련된 사실이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찰 수사를 지휘했던 당시 검찰 관계자는 “전지현의 아버지가 대만국적의 화교”라며 “(전지현씨 가족이) 대만국적을 유지하고 있는지, 귀화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2년에는 김대업(57)씨가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 앉아 직접 병풍(兵風) 사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군 부사관 출신인 그는 2002년 대선 직전 중앙지검 기자실로 찾아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밝혔고, 관련 자료도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한 사립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기자실과 정례 브리핑은 한국에서 특이하게 자리 잡은 미디어 문화”라면서도 “최근에는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언론 환경이 변화됐기 때문에 카르텔이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흉악 범죄와 정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적인 관심이 많은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으로 개정된 이번 공보 훈령은 무리하게 알 권리를 차단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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