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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빛 파랑 화분, 그 느낌까지 찍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10)

폰카와 함께 한 모로코 사진여행(2) -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

(사진1) 아틀라스 산맥 횡단도로, 2019. [사진 주기중]

(사진1) 아틀라스 산맥 횡단도로, 2019. [사진 주기중]

사하라 사막에서 험준한 아틀라스 산맥(사진1)을 넘으면 모로코의 고도 마라케시가 있습니다. 덥고, 먼지가 날리고, 행상들의 악기소리와 오트바이 소음으로 늘 시끌벅적한 곳입니다. 구 시가지 메디나 성벽 앞에 도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도회적인 마조렐 정원이 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1886~1962년)이 1917년 결핵 치료와 요양을 위해 모로코에 왔다가 조성한 정원입니다. 마조렐 사후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브 생 로랑(1936-2008)과 후원자인 피에르 베르제 소유가 됐습니다. 둘은 1980년부터 방치됐던 정원을 새로 꾸몄습니다. 이브 생 로랑은 생전에 이 정원을 극진하게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유언에 따라 그의 유골이 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마조렐 정원은 색(color) 하나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른 아침부터 비싼 입장료를 내고 줄을 섭니다. 선인장을 제외하면 수종이 많지도 않고 규모도 작습니다. 그러나 마조렐 정원에서는 그 어느 정원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새 소리와 물 소리가 투명하게 들립니다. 파랑과 노랑으로 이루어진 색의 조화도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사진2) 호리병, 2019. [사진 주기중]

(사진2) 호리병, 2019. [사진 주기중]

(사진3,4,5,6,7) 마조렐 정원 화분, 2019. [사진 주기중]

(사진3,4,5,6,7) 마조렐 정원 화분, 2019. [사진 주기중]

특히 건물과 화분이 빚어 내는 색의 힘이 놀랍습니다. '마조렐 블루(bleu Majorelle)'라고 불리는 강렬한 파란색과 밝은 노란색의 보색대비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들어서는 순간 산책로를 따라 비치해 놓은 호리병과 화분(사진2,3,4,5,6,7)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형광빛이 도는 짙은 파란색 호리병과 화분이 신비한 아우라를 뿜어 냅니다. 노란색 화분은 어두운 정원에 활기를 불어 넣습니다. 보색대비 속에 모로코를 상징하는 황토색 화분이 균형을 맞춥니다.

(사진8, 9) 마조렐 정원, 2019. [사진 주기중]

(사진8, 9) 마조렐 정원, 2019. [사진 주기중]

산책로 끝에는 아르테코 양식의 파란색 건물(사진8,9)이 있습니다. 1931년 프랑스의 건축가 폴 시누아르가 설계했습니다. 프랑스 스타일의 건물 디자인과 모로코 전통 문양의 타일 장식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사진10) 마조렐 정원 선인장, 2019. [사진 주기중]

(사진10) 마조렐 정원 선인장, 2019. [사진 주기중]

(사진11) 마조렐정원 수생식물, 2019. [사진 주기중]

(사진11) 마조렐정원 수생식물, 2019. [사진 주기중]

선인장(사진10)과 수생식물, 작은 연못(사진11)도 아름답지만 화분의 색깔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색의 신비한 힘에 홀려 화분 사진만 찍다 나온 것 같습니다. 괴테는 색채론에서 “파랑은 어둠의 색, 노랑은 빛의 색”이고 말했습니다. 마조렐 정원에는 빛과 어둠의 변주곡이 있습니다. 천재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칼러 감각이 명품 정원을 만들어냈습니다. “천재 한 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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