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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하루 세 호흡만 제대로 쉬어도… 명상은 자신에 대한 빅데이터 쌓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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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지난해 여름의 작은 모임이었다.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를 운영하는 유정은 대표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명상 컨퍼런스 ‘위즈덤 2.0’에 대해 강연하고 있었다.

“명상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자기 내면에 돌아오는 거에요. 지금 잠깐 해볼까요. 눈을 감아보세요. 어떤 기분인지 들여다보세요.”

청중 중에 디자인 컨설팅사 퍼셉션의 최소현 대표가 있었다. 유 대표의 제안에 눈을 감았을 뿐인데 마음이 크게 울렸다.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눈을 감는 순간 깨달음이 왔어요. ‘내가 강박관념을 갖고 있구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잘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나를 몰아세우고 있구나’ 하고 느꼈죠. 자기 관리에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문득 도움을 받으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유 대표는 “위즈덤 2.0을 한국에서 개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고, 최 대표는 “컨퍼런스를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내년 3월 19, 20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리는 위즈덤 2.0 코리아의 공동 주최자다.

유정은 마보 대표(왼쪽)와 최소현 퍼셉션 대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김연지 폴인 마케터

유정은 마보 대표(왼쪽)와 최소현 퍼셉션 대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김연지 폴인 마케터

두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정은 대표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조직ㆍ인사 컨설턴트로 일하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려면 조직구조나 인사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조직원 개개인의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조직심리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이후 구글의 직원 교육 명상 프로그램을 접하고 한국에 도입하던 중 국내 최초 마음챙김 명상앱 ‘마보’를 창업했다. 최소현 대표는 17년 동안 디자인 컨설팅 회사를 이끌어오며 ‘고객 경험 설계’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플레이스캠프 제주, 할리스커피, 소셜아파트먼트 ‘테이블’ 같은 주목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위즈덤 2.0 코리아를 앞두고 11월 30일 열리는 <폴인 마인드 컨퍼런스 : 일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 서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명상은 무엇이고, 왜 현대인에게 명상이 필요한지.

’명상’ 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요. 약간 종교적 냄새가 난다고 할까요.  
최소현 “저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어요. 뭔가 사이비 종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웃음). 거부감의 더 근본적 원인은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어’라는 오만함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날 유정은 대표를 만나면서 느꼈어요. 겸손하지 않았다는 걸 말이죠.”
유정은 “‘마음챙김 명상은 명상을 종교적이거나 신비적인 요소와 구분하여 과학과 실생활의 영역으로 가져왔어요. 명상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에요. 현대인은 모두가 불안감을 느껴요. 신입사원부터 잘 나가는 리더까지 거의 예외가 없어요. 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느끼죠. 많은 직장인이 ‘일 때문에 지친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일이 고되어 지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길이 맞나?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불안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거죠.”
명상을 하면 이 길이 내게 맞는지가 보이나요.  
유정은 “마음챙김 명상이 목적지나 정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나침반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일 수는 있어요.  나침반을 생각해보세요. 나침반 바늘은 고정돼 있지 않아요. 내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며 내가 길을 잃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도와주잖아요. 마음챙김 명상은 내 마음 속 나침반을 훈련하는 거에요. 그리고 이 나침반을 잘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도 필요해요.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을 자기 잣대로 바라봐요. 색안경을 끼고 있는 거죠. 자신의 상황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명상의 출발이에요.”
최소현 “디자인이 우리 주변의 문제 혹은 기회를 발견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 일이다 보니 늘 변화를 살피려고 노력해요. 스마트폰 나오고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스마트’란 단어가 붙을 때 생각한 게 있어요. ‘스마트’ 다음은 뭘까. 전 그게 ‘위즈덤(wisdomㆍ지혜)’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많은 정보를 다 흡수해서 똑똑한 상태가 아니라, 무엇이 내게 필요한 정보인지를 아는 지혜로운 상태가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상이 너무 바빠 명상을 할 시간이 없는 이들도 많지 않을까요. 또 명상이 성장ㆍ혁신ㆍ도전 같은 진취적인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고요.  
유정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우선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명상을 하면 도전적인 정신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을 거예요. ‘뒤처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죠. 그걸 자각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라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만날 수 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 거예요.”
최소현 “디자이너야말로 늘 주변을 살펴가며 앞서서 달려야 하는 사람들이죠.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큰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탈진하는 팀원도 많아요. 명상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어요. 프로젝트와 거리를 가져야겠구나. 아까 유 대표가 말한 ‘객관화’죠. ‘이건 누굴 위한 디자인인가’‘이건 어떤 가치를 주는 건가’를 다양한 시각에서 점검해요. 이 연습이 돼야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오죠. 일을 잘하려고 명상을 하는 건 아니지만, 더 지속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려면 명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됐죠.”
유정은 마보 대표는 &#34;매일 아침 세 호흡을 제대로 쉬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마주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34;고 말한다. 사진 김연지 폴인 마케터

유정은 마보 대표는 &#34;매일 아침 세 호흡을 제대로 쉬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마주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34;고 말한다. 사진 김연지 폴인 마케터

나도 명상을 해볼까, 하는 직장인은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유정은 “명상은 특별한 시간이나 장소가 필요하지 않아요. 매일 아침 세 호흡을 제대로 쉬는 것만으로 자신과 마주할 수 있어요. 아침에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동안 이렇게 해보세요. 첫 호흡을 깊이 내쉬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의 상태를 한번 훑어보세요. 두 번째 호흡을 내쉬는 동안 내 기분을 한번 살펴보세요. 그리고 세 번째 호흡을 내쉴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의 다짐을 몸에 담아보세요. 매일 아침 이 세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걸 매일 반복하면 내 상태에 대한 빅데이터가 쌓여가는 거예요. 나에 대해 안다는 건 그런 거예요.”
최소현 “제게는 요리를 하거나 뜨개질을 하는 순간이 명상의 시간이에요. 늘 분주하게 움직이는 뇌가 잠시 문제 상황을 벗어나는 느낌이거든요.”
유정은 “중요한 통찰이에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넓히는 연습이에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생각의 방향성을 알 수가 없어요. 뜨개질을 하거나 산책을 하면 생각의 강물에서 잠시 빠져나와 생각의 방향성을 보게 되거든요. 인지적으로 이걸 훈련하는 게 명상이에요.”
왜 위즈덤 2.0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여나요.  
유정은 “위즈덤 2.0은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전에 처음 시작됐어요. 명상 이야기뿐 아니라 IT업계의 리더들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장으로 성장했죠. 이런 중요한 담론을 한국에도 알리고 싶었어요.”
최소현 “명상을 알게 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가 행복하려면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 예를 들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힘든 마음이나 여성으로 겪는 차별 같은 건 나 혼자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죠. 많은 이들이 ‘행복하려면 자존감을 가지라’고 조언하지만, 주위에서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스스로 자존감을 갖기도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적인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폴인 마인드 컨퍼런스 : 일의 기쁨과 슬픔>은 11월 30일 서울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폴인의 웹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진 폴인]

<폴인 마인드 컨퍼런스 : 일의 기쁨과 슬픔>은 11월 30일 서울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폴인의 웹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진 폴인]

두 사람은 내년 3월 위즈덤 2.0 코리아를 앞두고 열리는 <폴인 마인드 컨퍼런스 :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현대인의 마음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11월 30일 서울 삼성동 슈피겐홀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뇌과학자인 장동선 현대자동차 미래기술전략팀장,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하유진 심리과학연구소 대표, 김수향 수향 대표,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양석원 자유학교 공동 운영자가 참석한다. 참가 신청은 폴인의 웹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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