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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썼나 염색했나…70대 美 대선주자들 때아닌 동안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지역 선거 유세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 강풍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지역 선거 유세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 강풍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어 보이고 싶은 건 매한가지다. 백악관을 향한 출사표를 낸 미국 대선 주자들도 그렇다. 내년 미국 대선 유력 주자들은 마침 모두 70대. 역대 최고령급의 대선 주자들이 포진한 이번 선거에선 정책 대결뿐 아니라 동안 대결도 화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가 가발이라는 해묵은 의혹부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머리숱이 30년보다 더 많다는 부분 가발 착용설까지, 후보 외모에 대한 루머가 넘친다.

트럼프의 농담 "가발 썼으면 출마 안 되지" #바이든은 부분가발에 치아미백 논란까지

후보들 모두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며 ‘나이는 숫자일뿐’이라 외치고 있지만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들은 동안을 위해 이런저런 시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염색은 기본, 남녀 막론하고 보톡스와 치아미백, 주름 제거 및 부분 가발 등 다양한 조치가 동원된다. 후보들은 이런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 중이라고 한다.

바이든의 1987년 모습과 올해 모습.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이 사진을 거론하며 부분 가발 착용 의혹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의 1987년 모습과 올해 모습.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이 사진을 거론하며 부분 가발 착용 의혹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 ‘대선에 출마한 어르신들(senior citizens)이 더 젊게 보이려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세태를 꼬집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WE)는 바이든에 집중해 보톡스와 부분가발, 치아미백 등의 각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가발 썼으면 공직 출마 하지 말아야” 농담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3)은 이미 2016년 취임 선서 당시 미국의 최고령 대통령이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77)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4살이 많은 1942년생이다. 바이든을 맹추격 중인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도 70세, 버니 샌더스는 78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부터 부분 가발 의심을 샀다. 가지런히 빗어넘긴 금발 앞머리가 유난히 정돈된 느낌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어지간히 신경이 쓰인 모양인지 후보 시절엔 유세 도중 지지자를 불러내 “내 머리가 진짜가 맞는지 잡아당겨보라”고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선거 유세장에서 자신의 머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가발 논란은 그를 오랜 기간 괴롭혀왔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선거 유세장에서 자신의 머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가발 논란은 그를 오랜 기간 괴롭혀왔다. [AP=연합뉴스]

지난해엔 한 선거 유세에서 “(내 머리카락은) 내가 갖고 있는 대단한 것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사람들이 내 머리가 가짜라고 했지만 내 머리가 시속 95㎞의 비바람을 맞고도 멀쩡한 것을 보고는 더 이상 그런 말을 안 한다”며 “만약 가발을 쓰고 있다면 공직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담이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부분 가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워싱턴 이그재미너가 게재한 사진을 보면 1987년도의 바이든과 올해의 그의 머리숱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것도 아닌데, 2019년의 바이든의 머리숱이 더 많은 것을 두고 WE는 부분 가발설을 제기했다. WP는 “바이든에 대해 가발설부터 최근엔 환한 치아가 빛나는 미소와 (주름이 완화된 것 같은) 눈가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에 대해 바이든 캠프에 반론을 물었으나 바이든 측은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WE도 성형외과의인 배리 코언 박사를 인용해 “바이든이 부분 가발을 썼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치아미백과 함께 주름 완화 시술도 받은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염색 기본, 보톡스에 치아미백까지  

미용 시술은 죄가 아니다. 염색 정도는 거의 다 한다. 현재 유력 후보 중 염색을 안 하는 이는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정도다. 워런 상원의원 역시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란 금발을 자랑한다. 대선 주자는 아니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7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갈색 머리다. 펠로시는 주름 제거를 위한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에도 수년 간 시달려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지난달 방송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샌더스와 워런 모두 70대이지만 외모에선 차이가 난다는 평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지난달 방송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샌더스와 워런 모두 70대이지만 외모에선 차이가 난다는 평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요즘에만 그런 것도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동안을 위해 염색을 한다는 의혹에 골머리를 앓았다.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의혹이 나올 떄마다 “내 머리카락은 날 때부터 이랬다”며 “기자들이 내 이발사에게서 훔쳐온 건 내 머리카락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영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의 전기를 쓴 키티 켈리는 레이건에 대한 전기에서 비밀을 폭로했다. “20년 이상, 레이건 대통령의 뿌리 염색을 담당해온 건 낸시 여사의 미용사였다.”

WP는 “정치인들은 결코 순순히 인정하지 않겠지만 외모에 있어선 여러가지 새로운 트릭을 쓸 수 있게 됐다”며 유명 작가 노라 에프런의 말을 인용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로 유명한 기자 출신 작가인 에프런은 “이제 40대도, 50~60대도 자기 나이처럼 보이지 않는데, 이건 페미니즘 덕도 아니고 운동 덕도 아닌 그저 염색약 덕분”이라며 “염색 덕에 나이든 이들도 단순한 할머니가 아닌 파워를 갖춘 프로페셔널이 됐다”고 적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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