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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매일 10시간 연습하는 77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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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호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6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첼리스트는 77세, 피아니스트는 73세였다. 핀란드 연주자인 아르토 노라스와 랄프 고토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가 주요 연주곡이었다.

합해서 150세였으니, 듣고 나서 ‘여유로웠다’거나 ‘가을에 어울리는 깊이 있는 음악이었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 딱 맞는 평은 ‘잘한다’는 것이다. 어린 연주자에게나 어울릴 말이지만, 70대 연주자들은 그야말로 잘 켜고 잘 쳤다.

어려움으로 악명 높은 부분에서 이들의 ‘기술’이 특히 빛을 발했다. 모든 손가락은 정확한 때에 제자리에 가서 가장 적당한 힘으로 악기를 짚었다. 연주자의 테크닉보다 음악으로 하려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감상 태도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이 어떻게 저렇게 잘 돌아가지’하고 감탄만 하고 있었다.

이 공연은 매년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 중 하나였다. SIMF의 예술감독인 작곡가 류재준은 “10시간씩 연습하니까 가능한 연주”라는 답을 내놨다. 첼리스트 노라스는 공연을 하러 다른 도시에 들를 때 호텔과 연습실 사이의 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하루 10시간씩 연습실을 빌려놓는다고 한다. 음악대학 입시생보다도 조금 많을 수 있는 연습량이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출신이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무대에 섰으며 유럽의 대학들에서 은퇴한 ‘원로’가 말이다.

연주자를 만나 하루 연습시간을 묻는 일은 촌스러워 보인다. 음악은 테크닉이 다가 아니고, 물리적인 연습보다는 예술을 보는 눈이나 생각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합쳐서 150세’의 기가 막힌 기술력을 보고 난 뒤엔 생각이 바뀌었다. 시간 말고 무엇이 또 이렇게 정직할까.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오랜 시간은 반드시 정직한 보상을 한다. 노라스는 “연주를 더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처럼 계속하기 위해” 또 “청중에게 예의이기 때문에” 이렇게 연습한다고 했다. 노라스의 데뷔는 53년 전. 하루 10시간을 곱해보니 19만3450시간이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